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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맞는지 몰라" "아플까봐"…'백신 사각지대' 노숙인들

홈리스행동 “서울 노숙인 70%는 백신 미접종”
노숙인들은 ‘이상 반응 우려’ ‘정보 부족’ 호소
비대면 서비스인데 휴대전화·인증 수단은 없어
별도 계획 요구…서울시 “보호공간 지원해왔다”
  • 등록 2021-06-17 오후 5:37:01

    수정 2021-06-17 오후 9:46:30

[이데일리 박순엽 이상원 기자] “백신 어떻게 맞는지도 몰라. 우리 같은 노숙자들한테 맞게 해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어. 그리고 접종한 사람한테 들으니까 백신 맞으면 아플 수도 있다던데, 괜히 맞았다가 열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잖아. 약 살 돈으로 밥이나 한 끼 더 사 먹고 말지. 백신 맞고 쓰러지면 누가 날 챙기겠어.”

서울역 광장에서 수년간 생활한 노숙인 김모(7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지만, 접종을 신청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증 등 자신의 신분을 인증할 수단조차 없어 접종을 예약할 수 없고, 신청한다고 해도 휴대전화가 없어 접종과 관련한 안내를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관계자들이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주 필수 검사’에 지원 기관 꺼리는 노숙인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김씨와 같은 노숙인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제때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숙인들은 백신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접종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일부 노숙인은 접종 이후에 벌어지는 이상 반응을 걱정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서울시내 주요 공공역사 6곳에서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노숙인 101명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29.7%(30명)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 9일 밝힌 ‘코로나19 취약시설’ 백신 접종 대상자의 1차 접종률 87.6%와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는 비율이다.

앞서 정부는 노숙인 거주·이용 시설을 코로나19 취약시설이라고 보고 시설 입소자와 이용자를 올 2분기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시설 밖 노숙인들은 이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서울시는 노숙인 지원 기관 방문자에게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매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지원 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인 이모(56)씨는 종이로 된 ‘코로나 검사 결과 확인서’를 꺼내며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이걸 보여줘야 시설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다”며 “매주 검사받기 귀찮은 사람들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교회나 단체가 거리에서 나눠주는 빵과 우유를 받아서 먹는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조사 대상의 84.2%는 노숙인 시설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관 관계자로부터 직접 안내를 받았다는 응답은 66.3%에 그쳤다. 주 활동가는 이에 대해 “백신 접종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로 접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역에서 만난 한 노숙인이 꺼내 든 코로나 검사 결과 확인서. (사진=이상원 기자)
“이상 반응 관리 어려워”…별도 계획 세워야

백신을 맞지 않거나 못한 노숙인들은 ‘접종 후 이상 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43.7%), ‘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33.8%)를 미 접종 이유로 꼽았다. 노숙인 이모(78)씨는 “나를 부축해주고 간호해줄 사람이 없다”며 “백신을 맞고 열이 나면 혼자 죽느냐 사느냐 할 텐데, 그냥 안 맞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홈리스행동 측은 이에 대해 “정부는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통증 부위에 깨끗한 수건 등으로 냉찜질’ 등을 하라고 하지만, 이는 거리에서 불가능한 것”이라며 “접종 후 흔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건 노숙인들이 백신 접종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잔여 백신 신청 등 백신 서비스 대부분이 비대면·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어 스마트폰이나 본인 인증 수단이 없는 노숙인들은 사각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만나본 10여명의 노숙인 대부분은 휴대전화조차 없었다. 조사 결과에서도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는 이는 전체의 67.3%, 본인 명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이는 10.9%에 그쳤다.

홈리스행동 측은 노숙인들의 백신 접종을 위해선 정부가 별도의 접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계획은 전반적으로 시설 중심으로 짜여 있다”면서 “미국 등이 노숙인 접종을 위해 밀집장소를 중심으로 한 홍보, 설명회 개최, 선불 휴대전화 제공 등 별도 지침을 두고 있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거리 노숙인 43% 접종…접종 이후 보호공간 마련해와”

한편 서울시는 이날 시내 거리 노숙인 전체 596명 중 43%인 256명이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홈리스행동이 발표한 접종률보다 10%p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이 백신 정보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접종을 안내하고 신청받는 현장 거리 상담을 진행했다”며 “지원 센터에서 거리 상담을 하고 급식 지원 시에도 적극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노숙인들의 접종 이후 대응에 관해선 “접종 이후 종합 지원센터 내 일시 보호공간에 보호하고, 본인이 거부하면 고시원 등 임시 주거를 제공해 이상 징후 등을 관찰하고 있다”며 “접종 이후 시설에서 일시 보호한 노숙인은 33명, 임시 주거 제공자는 14명”이라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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