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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73건

  • [양승득 칼럼]2024 도쿄의 봄과 간바루
  • “쓰라면 쓰는 거지, 뭔 말이 많아요” 바다 건너서 들려온 전화기 속 목소리가 거칠었다. 설명할 틈을 주지도 않았다. 일본 경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기사를 다루려는데 왜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고집을 피우느냐는 면박이었다. 일단 시리즈를 시작할 거니 내일부턴 도쿄특파원인 필자가 알아서 끼워 맞추라는 말을 남긴 후 전화는 끊어졌다. 다음 날 서울에서 날아온 종이 신문 1면에는 큰 공책 1장 크기의 기사가 ‘비상구 없는 일본 경제’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었다. 20년이 더 지난 과거 속 이야기 한토막이지만 필자가 겪은 2000년대 초반, 일본 경제를 향한 외부 시선은 이랬다. 일본인들의 일상엔 별 변화가 없었고 수출도 흑자 행진을 계속했지만 바깥 세상에선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암흑의 10년이 또 시작됐다고 수군거렸다. 빚더미에 신음하는 국가 재정, 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끌어내려도 풀리지 않는 소비와 투자, 후발 경쟁국의 도전에 겁먹은 기업들, 상점가와 거리를 가득 메운 고령 인구... ‘활력’이란 단어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일본 정부가 2001년 3월 인정한 디플레이션...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의 저력과 숨겨진 밑천으로 볼 때 “아직 아니다”라고 버텼으니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당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디플레 늪에 빠졌음을 일본 정부가 고백한 후로부터 23년의 세월이 지난 2024년 봄, 벚꽃 시즌을 앞둔 도쿄 증시엔 환호의 함성이 요란하다. 1989년 12월 29일 3만 8915.87엔을 찍은 후 1만엔 밑까지 처박혔던 닛케이평균주가는 33년 넘게 증시를 짓눌렀던 쇠천장을 2월 22일 뚫어버린 후 고공 행진 중이다. 4일엔 4만엔 선을 뚫더니 6일 4만 90.78엔을 터치했다. 증시가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기세다. 엔저 장기화와 반도체, 자동차, 종합상사 등 수출 기업들의 호실적이 맞물린데다 물가―임금 상승의 선순환 기대감이 높아진 결과다. ‘과열’ 평가도 있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기업의 돈 버는 힘이 강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데 이어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검토 중일 정도로 경제 전반에 온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증시의 휘파람이 실물 경제의 완전한 회복과 역동성 제고를 뜻하진 않는다. 일본 내각부는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조 2250억달러로 독일(4조 4500억달러)에 따라잡히며 세계 4위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1968년 세계 2위로 올라선 후 2010년 중국에 밀려난 데 이어 또 한 단계 추락이다. 1%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과 국민의 팍팍한 살림살이, 저임금은 일본 경제에 냉기가 아직 만만찮음을 알리는 증거다. 구매력평가지수(PPP)를 반영한 국민소득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는 뉴스에 콧노래를 불렀던 문재인 정부 시절 반일 비판론자들의 눈으로 본다면 “일본은 역시...”라고 깔보기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30년 침체 터널 탈출을 뒷받침할 증거는 곳곳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 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한숨만 쉬고 있었을 리 만무다.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입국장마다 관광객이 장사진을 치는 오늘의 일본에서 읽히는 공통의 단어는 ‘자신감’이다. 자금과 지식,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낡은 틀과 관습, 눈치 보기에 묶여 용기, 도전을 주저했던 개인, 기업들이 쓴맛을 본 후 다시 꺼내든 “간바루(분발하다)” 혼이다.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빨간 신호도 같이 건너면 무섭지 않다”고 했다. 자신감을 찾은 일본이 똘똘 뭉쳐 질주할 때 최인접국인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 일본에 대한 무시, 경시, 착시의 낡은 렌즈를 걷어내고 직시의 현미경으로 갈아끼울 때가 왔다.
2024.03.08 I 양승득 기자
  • [양승득 칼럼]닥터 헬기에 올라탄 편법과 특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로 피습당한 후 열흘이 지났다. 제1야당 대표가 총선이 임박한 시기의 백주 대낮에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테러를 당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엄청나다. 의회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 정치인이자 차기 대선을 꿈꿔온 그에게 닥친 변고는 국회 울타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예측 불허의 혼돈 국면으로 몰아넣기에 족하다.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받은 이 대표가 그제 퇴원했지만 민주당이 총선 인재 5호로 영입한 강청희 전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였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한 말에 민주당의 충격이 그대로 녹아 있다.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 본인과 측근, 그리고 민주당이 보인 태도와 주장 등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 뒷맛이 영 씁쓸하다. 논란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피습 직후 부산대 병원으로 갔다가 헬기로 서울로 가 수술받은 이 대표의 동선과 전후 과정, 그리고 용태를 놓고 당과 측근들이 내놓은 설명이 의료계를 격분시키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권역 외상센터가 있는 부산대 병원을 외면한 것이야말로 지역 의료 체계를 무시한 것이며, 3시간 가까이 걸려 서울까지 날아간 것은 “상태가 매우 위중했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게 성난 의료계의 지적이다. 헬기를 띄우는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 여부는 물론이고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 병원 의료진을 젖혀 놓고 민주당 인사들이 초기에 언론 브리핑에 나선 것을 두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은 지금도 무성하다. 집단 행동까지 불사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의사 단체들은 민주당과 이 대표측이 편법과 특권 의식으로 응급 진료 체계의 원칙을 무시하고 멋대로 재단했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필자는 이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이 의료계를 대하는 과정에서 드러낸 시각을 주목한다.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좌우하는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이라 하더라도 계산에 맞지 않는다면 입맛에 맞게 가공하고 깔아뭉개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지 우려스러워서다. 강 전 부회장의 ‘매우 위중’ 표현이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다른 정치인, 정당들도 비슷한 상황에서라면 같은 행태를 보일지 예단할 순 없지만 정직, 겸손과는 담쌓고 사는 정치권의 습관성 사투리 테크닉이라는 점에서 극히 유감스럽다.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오염수 방출을 시작한 작년 여름, 민주당은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데 올인했다. 원자력 안전, 환경 규제 분야에서 외길 인생을 걸은 과학기술자들까지도 매도하고 모욕 주기 바빴다. 국제기구가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해외 석학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돌팔이로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붓는 것과 다름없다”는 독설까지 쏟아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원전 오염수로 문제가 됐다는 뉴스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진실이 무기인 과학을 농단하고 선동한 민주당의 천박한 계산이 밑천을 드러낸 셈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도 역시 전문가 집단인 의료진의 견해와 권고를 묵살하고 정치 셈법으로 가공, 포장하려 한 민주당의 속내가 깔려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의과대학은 이과계 최고의 두뇌들이 머리를 싸매고 몰려드는 좁은 문이다. 이런 엘리트들의 학식과 지혜, 현장 경험을 정치인들이 무시하고 농락한다면 의학은 설 자리가 없다. 이들의 갑질과 특권 의식에 휘둘려 입을 닫고 눈을 감을 경우 의료진도 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링컨에게는 ‘겸손으로 권력을 움켜쥔 지도자’라는 찬사가 따라다녔다. 퇴원하며 내놓은 메시지에서도 헬기 이송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24.01.12 I 양승득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전기료 확 낮춰 기업 유치 촉진해야"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다음은 12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전기료 확 낮춰 기업 유치 촉진해야”-제도권 들어온 비트코인 美, 현물 ETF 상장 승인-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PF 리스크에…대형 증권사도 고금리로 자금 조달-[사설]천만 노인, 천만 1인가구시대…우리는 준비되어 있나-[사설]소폭 낮아진 가계부채비율, 고삐 늦출 때 아직 아니다△종합-친미냐, 친중이냐…셈법 복잡해지는 韓반도체-‘재건축 패키지 지원’에 1기 신도시가 들썩인다△태영發 회사채 시장 양극화-뚜렷해진 금융업 기피…장기물은 우량채도 연초효과 무색-1분기 1.5조 만기인데…태영사태에 찬밥된 건설채-이달 A급 회사채 줄줄이 출격…‘될놈될’ 분위기에 긴장모드△비트코인 제도권 진입-‘금 ETF’처럼 자금 빨아들일까…“비트코인 내년 20만달러 갈 수도”-“기관, 보유 자산 1~3%는 비트코인 담을 것”-상장도 거래도 원천봉쇄…갈 길 먼 한국△분산에너지법 세미나-“분산에너지 체제 실효성 거두려면…차등 요금제 등 파격지원 필요”-민간 에너지 사업자들 신사업 활성화 기대감 쑥△CES 2024-올해 투자 2배 늘려 10조원 투입…최대 2건 신사업 M&A 추진-삼성·현대차가 키운 스타트업 세계무대 데뷔-기아, 우버와 PBV 동맹…‘맞춤형 車’로 북미 공략△종합-이창용 “앞으로 6개월 이상 금리 내리기 어려워”-워크아웃 태영건설 우발채무가 복병-친환경보일러 보조금, 저소득층 집중 지원-5월까지 밀린 빚 갚으면…최대 290만명 연체 이력 삭제△정치-탈당 이낙연 “민주당, DJ·盧 정신 사라져”…이재명 사당화 직격-與 공관위 10명으로 출범…‘친윤 핵심’ 이철규 합류-조태열 외교장관 “北, 핵 능력 고도화…아직 대화할 때가 아니다”-자유시장경제, 국민 잘살게 하는 시스템 정부는 경쟁 뒤처진 사람들 지원해야△경제-운임 급등·물류 차질 ‘홍해 리스크’ 확대…비상대응반 가동-지난해 11월까지 나라살림 64조 적자-‘수조원’ 드는데…정부, ‘개고기 금지’ 지원방안 골머리-연초 대중국 수출액 쑥…15개월 만에 반등 ‘청신호’△금융-실시간 정보 못담네…‘유명무실’ 예대금리차 공시-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에 하나은행, 3557억 금융 지원-‘IT 원팀’ 꾸린 우리금융, 디지털 신사업 속도-금감원, 가상자산 전담부서 출범…“이용자 보호”△Global-챗봇 사고파는 ‘GPT스토어’ 열렸다-“中 반도체 우회 개발 막아야” 美, 오픈소스도 수출통제 검토-바이든, 펜실베이니아서 트럼프 추월-美英 연합군, 홍해서 후티 반군 드론·미사일 격추△산업-“폭풍같은 미래 대비”…“AI, IT사 전유물 아냐”-갈 길 멀지만 기술력·혁신의지 최고 車 넘어 수소에너지·SW까지 담을 것-1년 반 만에 머리 맞댄 한일 재계…한미일 경제협력체 신설 추진-“휴머노이드, 부품사에 중요한 전환점”-조비 CEO 만난 유영상 SKT 사장…“글로벌 UAM시장 선도”△산업-암 조기진단 플랫폼 날개달고, 글로벌 의료 AI 기업 도약-바이젠셀, CBMS 활용 아토피 치료 효과 입증-‘예산 8000억·인력 300명’ 우주청 설립 급물살-밀리의 서재 독서 콘텐츠, KT ‘지니TV’서 무료로 즐기세요△산업-5년 만에 계열사 찾은 이재현, ‘상생’ 방점-CJ 올리브영, 상생경영 3000억 투입-“코딩 교육·외주 개발 기업 넘어 IT 제작사 도전”-‘VT 리들샷’ 품절 대란에…갓성비 뷰티 메카된 다이소△증권-‘코인 불장’에…개미들 증시서 등 돌리나-가상자산 관련株 급등…‘테마 주의보’-재건축 규제 완화에…건설주 반등할까-개미 ‘반·배·바’ 매집…대형주보단 중소형주 주목-삼성그룹株 ETF로 한달새 1700억 ‘뭉칫돈’△부동산-안전진단, 주차·층간소음 반영한 새 기준 필요-삼성물산, 세계 1위 이어 2위 초고층 빌딩도 세워-고금리·PF에 시장 꽁꽁…‘거래절벽’ 다시 오나-강원 원주~강남 ‘40분 시대’ 열린다…오늘 여주~원주 복선전철 착공△MICE-여수박람회장 재개발 시동…‘전남 1호 전시컨벤션센터’ 탄생 기대감-‘마이스테크’ 스타트업 첫 해외 진출 목표…타깃은 싱가포르-전세계 골프관광 리더 한자리에…3월 UAE서 중동 최초 국제회의△관광비즈-한국 제1의 미항…세계를 홀린다-막 오른 코리아그랜드세일…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달성 시동△스포츠-‘자질 논란’ 클린스만, 우승컵으로 반전 노린다-한국에 열정적인 팬들 많아 깜짝 KLPGA 대회 꼭 나가고 싶어요-뇌 수술 받고 PGA 복귀하는 우들런드-6연패 뒤 4연승…OK금융 대반전 이끈 ‘작은 거인’ 부용찬△오피니언-[양승득 칼럼]닥터헬기에 올라탄 편법과 특권-[이코노믹 View]출산율과 집값의 상관관계-[기자수첩]매번 자료제출 공방 파행…한심한 인사청문회△피플-‘부유함보다 공감’ 부모님이 주신 소명 지켜갈 것-이정식 “라이더 이륜차 정비 지속 지원”-대한암예방학회 회장에 명승권 대학원장-오영주 “소상공인 매달 만나 지원대책 함께 마련할 것”-KBO 사무총장에 박근찬 운영팀장 선임-금감원·경찰청·건보공단 ‘보험 사기 척결’ 한뜻△사회-‘디지털 교육’ 코앞인데…규격미달 스마트기기 충전함업체 선정 논란-대법 “1억원 지급하라”…日 강제동원 피해자 또 승소 확정-아시아판 CES, 10월 서울서 열린다-서울중앙지법, 첫 장애인 재판부 신설-현대제철 근로자들, 통상임금 소송 승소-法,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재판부 그대로
2024.01.11 I 김가영 기자
  • [양승득 칼럼]출판기념회를 욕보이는 사람들
  •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고 과거 행적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무성한데 웬 책을 다 낼까.더구나 출판기념회까지...” 관련 기사를 다 읽고 난 후엔 “기가 막히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윤미향 의원의 소식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이었다.어떠한 목적에서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책을 쓰고 펴낸 사람은 다 안다. 두께와 크기에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땀과 정성, 시간을 쏟아 부어야 책 한 권이 오롯이 태어날 수 있는지를. 사회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대학자는 물론 아마추어 저술가들도 책 한 권을 쓰는 동안 겪는 산고는 만만치 않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펴내는 책일수록 허투루 만들 수 없고, 문장 한 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다. 변변찮아 보여도 결과물에 대해서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탄생을 타인들에게 보이고 축하받고 싶어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못 된다.하지만 한국 사회와 정치권의 가장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저명 인사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물론 이와 성격이 다를 것 없는 북 콘서트가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 입시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서울대 교수가 전국을 돌며 일찌감치 북 콘서트를 벌이고 있는데 이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 민형배·황운하 민주당 의원,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치인, 관료들이 “책을 냈다”며 잔치를 앞다퉈 열고 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치 않다. 내용의 진위와 품격 여부를 떠나 출판 의도와 행사 방식 등에서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후원금 횡령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윤 의원은 “검찰·언론의 마녀 사냥”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책을 가득 채웠다.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법무 장관을 “어린 놈이..”라며 기념회 자리를 핏대로 장식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은 “한 장관의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며 엉뚱한 곳에 독설을 쏟아냈다. 증오와 적개심의 막말이 춤춘 기념회는 이뿐이 아니다. “암컷이 설친다”(최강욱 전 의원)“발목때기를 분질러 놨어야”(민형배 의원)등의 욕설에 가까운 표현에 이어 성직자(함세웅 신부)입에서는 “방울 달린 남자들”이란 말까지 나왔다. 덕담과 축하, 존경의 메시지가 오고가야 할 출판기념회를 이들은 변명과 조롱, 욕설의 막말 경연장으로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의 언행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작태다. 정치권의 출판기념회 목적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선거일 전 90일까지는 누구나 열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틈타 ‘책값’으로 포장한 축하금을 원없이 긁어모으기 위한 것이 첫번째다. 정치후원금에 비해 모금 한도도 없고 공개 의무도 없으니 이런 깜깜이 수금통을 그냥 놔둘 리 만무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적반하장식 비난과 변명을 녹음기 틀듯 늘어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조선 후기 최고의 전방위 지식인이자 저술가, 독서광으로 숱한 일화를 남긴 이덕무(1741~1793)에게 공부는 나라와 백성을 돕기 위한 꿈이었다. 창작의 원동력은 진정성이었으며 그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열정적 탐구로 이를 뒷받침했다. 금전과 권력을 향한 탐욕이 넘실대는 자리에서 출판 의도가 뻔한 내용의 책을 놓고 범죄자들이 시시덕거리고 서로 추켜세우는 장면을 그가 목격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윤리·도덕의 후퇴와 양심의 실종을 크게 꾸짖었을 게 분명한 그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2023.12.08 I 양승득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종합대상' 영예…추경호 "일자리 창출에 총력 지원"
  • 한국항공우주산업 '종합대상' 영예…추경호 "일자리 창출에 총력 지원"
  • [이데일리 김형욱 조용석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수출 성과를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연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 이데일리 좋은 일자리대상’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정부는 규제 완화부터 경제활력 제고, 투자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3 이데일리 좋은 일자리 대상’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추 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서울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3 이데일리 좋은 일자리대상’에서 축사를 통해 “고용은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와 함께 정부가 늘 챙기는 4대 경제지표다.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쉬었음’(별다른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포기자)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내놨던 그는 이날도 청년들의 노동시장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고용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청년들이 찾는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하고, 그들은 좋은 일자리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앞으로 정부는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이날 행사에서는 종합대상을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외에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신한투자증권 △한국맥도날드 △에스씨케이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 △한미글로벌 △㈜진영 △아콘텍 △현대자동차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등 10개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과 노인·장애인 등 취약층 일자리 확대, 새로운 노사문화 정립을 위한 노력 등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심사위원장),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박동민 대한상공회의소 기획조정본부장, 김택동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사무총장, 양승득 이데일리 논설위원실장 등 5명의 심사위원단이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기업을 선정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23.11.16 I 김형욱 기자
  • [양승득 칼럼]도필리(刀筆吏)와 서초동 법관들
  • “점잖은 분들이 왜 그러시나요? 예비군 훈련장만 오면 다 똑같아지는 것 같아요. 교관 통제를 무시하기 일쑤고, 줄도 삐딱하게 서시고 ...”올챙이 기자 시절의 어느 날. 직장 단위 예비군들을 모아 교육시키는 서울 인근 부대에서 겪은 경험은 뜻밖이었다. 법원·검찰과 금융 기관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 도심의 직장 예비군은 30대의 화이트 칼라 남성을 한데 모아놓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부대 입장에서는 그래도 법조계 인사들이 다수 섞여 있는 이들 직장 예비군이 다른 업종 종사자들보다 지휘하기 쉽고 통제에 잘 협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농담반 진담반’이긴 했어도 교관의 입에서 그런 탄식과 푸념이 쏟아지다니...‘점잖은 분들’에 실망한 예비군 교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쓰이는 옛 대법원 청사 앞을 지날 때였다. 그리고 이 날은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기도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발 당한지 9년 4개월 만의 일이며 상고심만 놓고 보면 6년 만의 판결이었다.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재판부가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지만 10년 가까운 세월을 송사에 시달린 박 교수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였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박 교수는 판결 3개월여 전 한 시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 삶을 내가 계획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상식적인 판결마저도 질질 시간을 끌다 뒤늦게 결정을 내린 사법부의 무책임이 안긴 고난과 아픔을 짐작케 하는 단서다.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문이 있으나마나 한 구절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다. 박 교수의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입시비리로 기소된 조국 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 1심 선고까지 3년 2개월이 걸린 데 이어 지금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1심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기부금 횡령 재판은 기소 후 3년이 지난 9월에야 2심 판결이 났다. 엄연한 재판 늑장이자 직무유기다. 법관들이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우습게 아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박 교수가 개인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은 것이었다면 조국 전 교수나 울산시장 선거 재판은 사회 정의가 우롱당하고 헌법 정신이 훼손됐다는 게 다를 뿐이다.그러나 지각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소송이다. 그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등의 혐의로 4가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떤 사건도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버젓이 내년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노골적 꼼수 등 사법 방해 전략이 먹히기도 했지만 재판 지각, 불출석 등 법원을 얕잡아보는 그의 행태 앞에서도 법관들이 제지는커녕 눈치를 보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린 이유는 누구든 똑같은 잣대로 심판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의미라지만 우리의 법조계 정의는 권력 앞에서 눈감았다고 해야 옳을 정도다. 도필리(刀筆吏)는 고대 중국에서 죽간의 글에 오탈자가 났을 때 글자를 칼로 긁어내 삭제하는 일을 맡은 하급관리들이었다. 사마천은 법률을 교묘하게 적용해 사람들을 곤경에 빠지게 하는 작자들이라 높은 벼슬에 앉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사기’(급정열전)에서 남겼다. 엘리트 중 엘리트라는 서초동 법관들 중 “도필리와 뭐가 다르냐”는 비난 앞에서 “말이 되느냐”며 분노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지각 재판, 눈치 재판이 만연한 오늘의 한국 법조계야말로 도필리가 판치던 옛날 중국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기자만의 생각이면 다행이겠다.
2023.11.10 I 양승득 기자
  • [양승득 칼럼] 난장판 청문회의 국민 모독
  • 언어극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연극 ‘관객모독’의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출연 배우들로부터 거친 욕설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사회·문화 등을 향해 쏟아지던 거친 대사가 점차 관객으로 옮겨가더니 어느새 욕설로 변하고, 수위마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대가 아니라면 주먹다짐을 부를 수 있을 폭력적 언어도 난무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테 한트케가 희곡을 썼고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초연 후 국내에서도 60년 넘게 롱런하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래도 이 연극이 풍기는 이미지엔 ‘황당’이 섞여 있다. 하지만 이 작품 이상으로 관객을 어이없게 만들고 짜증과 분노를 한움큼 안겨주는 연극이 현재 서울 여의도에 하나 있다. 국회의사당을 무대로 23년 넘게 공연 중인 인사청문회다. 인사청문회의 취지는 단순하다. 2000년 6월 도입된 인사청문회법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국무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가 검증한다는 것이다. 청문회 의견을 대통령이 따를 의무는 없지만 인사권자의 전횡을 견제하고 후보자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다는 의도다. 그런데 청문회의 이런 의미와 최소한의 존재 가치가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지난 5일 열린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호통치기와 신상털이·면박 주기 등으로 막무가내식 공격을 퍼부은 후 ‘부적격’하다고 결론내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금까지 정해진 코스였지만 이날은 한술 더 떴다. 유 장관 청문회에서는 ‘지△염△’이라는 욕설까지 김윤덕 의원 입에서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의 벌떼식 공격에 집중 타깃이 됐던 김 후보자는 밤 10시 50분 정회가 선포된 뒤 청문회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청문회 사상 초유의 후보자 중도 실종 사태다. 인신공격과 망신주기가 판치는 분위기 속에서 시정 잡배식 상욕까지 내뱉은 김 의원과 멋대로 줄행랑을 놓은 김 후보자가 장군멍군식으로 청문회를 욕보인 것이다.청문회(聽聞會)의 세 글자에 담긴 뜻을 모르는 의원이 의사당에 있을 리 만무다. 단어의 의미를 몰라 야당 의원들이 과격한 언사와 막장 행동을 일삼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김 후보자처럼 주식 파킹과 비상식적인 재산증식, 황색 저널리즘 조장 등 관련 의혹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아니어도 후보자석에 앉기만 하면 누구든 망신 주기에 가까운 집단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로 당과 국민에 공개되는 청문회는 당의 지도부를 향한 충성심을 확인시키고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잘 듣고, 잘 보고, 잘 따져 물어’ 후보자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를 따질 심산은 애초에 없다고 봐야 한다. 마이크 잡고 카메라에 얼굴 알릴 시간도 짧다고 생각할 판에 후보자 해명을 들어줄 여유가 어디 있을까. 총선을 6개월 앞둔 지금이야말로 이재명 대표 눈에 단단히 도장을 찍을 기회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다.청문회 보고서와 관계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34명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모두 18명을 보고서에 구애받지 않고 임명했다. 육탄전만 없을 뿐 온갖 추태를 다 보이는 청문회의 한계를 확인시켜 준 증거다. 대통령 탓도 적지 않지만 청문회를 막장 정쟁의 장으로 추락시킨 여야의 자업자득이다. 청문회를 이대로 더 끌고 갈 수는 없다. 국민의 화만 돋우고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어서다. 여야의 치열한 반성과 진지한 고민이 절대 필요하다. 연극 관객모독에 화가 난 사람은 “표값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그럴 수도 없다. 연간 8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 챙기는 의원들이 관람을 강요하는 저질 연극의 제명은 금배지들의 ‘국민모독’이다.
2023.10.13 I 양승득 기자
  • [양승득 칼럼]반쪽이 목사, 금쪽이 당 대표
  • 얼어붙기 직전의 찬물만 쫄쫄 나오는 초겨울 수돗가는 극기훈련장 같았다. 머리를 감노라면 손은 얼어붙고 머릿속을 파고든 냉기로 정신이 얼얼해졌다. 세수하러 모인 사람들 입에선 “대충 씻고 가야겠다”는 말이 연방 쏟아졌다. 모기와 물것이 마구 달겨들던 8월의 폭염이 그립다는 푸념까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상 앞으로 돌아가 앉은 이들의 머리와 가슴은 곧 향학의 열기로 뜨거워졌고 공부방 천장의 형광등은 새벽까지 꺼질 줄 몰랐다.1970년대 중후반, 학비 전액은 물론 숙식 편의까지 대학의 도움으로 해결했던 ‘흙수저’ 고시 준비생들이 4년간 동고동락했던 곳의 풍경 한 토막을 그린 것이지만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P 전 장관의 그 시절 인상은 선연하다. 검은색으로 물들인 낡은 구제 군복에 운동화를 신고 다녔던 그는 밝고 씩씩했다. 같은 과 선후배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배 있었다. 같은 도시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서도 동문수학하게 된 선배 입장에서 늘 자랑스러웠다. 그가 3학년 때 행정고시를 단번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명석한 두뇌와 굳센 의지로 미루어 볼 때 어떤 관문도 쉽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공직을 마친 후에는 학교와 예술계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흙수저 출신도 멋지고 향기롭게 인생 후반을 장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런데 그가 최근 놀라운 소식을 또 하나 들려줬다. 예술계 일을 하면서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로 제3의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톡방 이웃들도 목사 안수 소식을 4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알게 됐을 만큼 소리 없이 주위를 감동시킨 그가 직접 지었다는 닉네임은 ‘반쪽’. 다른 사람의 반쪽이 되도록 그렇게 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찬사와 경의로 단톡방이 들썩거린 것은 물론이었다. 생을 마치는 날까지 설교자로 봉사하고 다른 사람을 채워주고 살겠다는 P 전 장관의 반쪽 약속은 한여름 소나기 같은 것이었다.정치면 뉴스에서 이름이 보이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필자보다 수년 뒤 입학해 같이 생활해 보진 못했지만 자타 공인의 흙수저인 그의 청춘도 별반 다르진 않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믿을 것이라곤 두뇌와 노력밖에 없는 상태에서 벽돌 두께의 법률 서적과 온종일 씨름했을 옛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어린 나이에 누구보다 일찍 사회 밑바닥을 신물나게 경험했을 그였기에 죽기 살기로 공부와 씨름했을 것이다.그러나 이 대표의 궤적은 같은 시절, 비슷한 여건에서 등용문을 통과한 다른 흙수저 동문 공직자들의 것과 판이하다. L 전 장관, P 전 실장, K 전 청장, N 전 차관 등 많은 이들이 유사한 장학 제도를 발판으로 입신양명하고 존경 속에 공직을 마무리했지만 이 대표는 아직 어지러운 뉴스의 핫 피플로 복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법치 우롱과 선동, 공작, 비리 의혹의 악취가 진하게 깔려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힘들다는 점에서 TV 육아 프로그램의 제명 ‘금쪽같은 △△△’를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5년 전 작고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온갖 풍상을 겪은 노(老)정객이 내린 천만금 무게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나름 할 말이 많겠지만 무슨 이유로 그토록 세상을 혼란케 하는 것일까. 현 상황의 그에겐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건넨 한시의 일부가 ‘딱’일 듯싶다. “싸움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전승공기고(戰勝功旣高)]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이르노라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이 대표가 동감한다면 P 전 장관의 사례도 참고가 될 지 모르겠다. 덧붙이자면 P 전 장관의 이름은 박양우다.
2023.09.08 I 양승득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한·필리핀 FTA 서명…車·부품 ‘무관세 수출’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다음은 9월 8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 △1면 -한·필리핀 FTA 서명…車·부품 ‘무관세 수출’ -채권시장 ‘개미 행렬’ 올해 26조 사들였다 -현대차,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개발 추진 -화웨이 폰 뜯어보니 SK하이닉스 칩 -[사설]가계대출 정책 이대로 안 된다는 IMF 권고, 새겨 들어야 -[사설]민주, 걸핏하면 탄핵 선동…헌정 질서 또 뒤집을 건가 △2023 키아프·프리즈 서울 -홍라희도 인파에 묻힌 ‘열기’ 수십억대 작품 판매 줄줄이 -김환기가 찍은 붉은 점 그대로 LG올레드TV로 깨어난 名作△돈이 보이는 창 ‘채권개미 전성시대’ -단기수익보다 장기투자…고환율에 해외보다 국내 채권 유리 -가산금리 꿀맛…14% 분리과세 혜택도 -모험할 준비 됐나…고수익 상품도 채권개미 유혹 △아세안 정상회의 -필리핀 수출 자동차 관세 0원…일본 독점구도 깨뜨릴 기회 잡아-전기차 진출 확대, 中과 관계 개선…경제·안보 ‘두 토끼’ 잡았다 -한국·인니 경협은 모범사례…AI·UAM·수소 협력 확대 -한중일 협력 강조했지만…세계 5대 시장 아세안 주도권 경쟁 불가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정부·국민, 허리띠 더 졸라매야”…野 추경 요구에 재차 선 그어 -50조 역대급 세수오차…“전망 시기 늦춰야” △종합 -300인 이상 기업 200개 늘었지만 계약직·파견 늘어…고용의 질 후퇴 -배터리 교환 전기차 시장 정조준…현대차, 전기차 대중화 ‘승부수’ -원안위,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이르면 이달 중 시운전 -‘불법 공매도 근절’ 금감원, 외국계 증권사 소집△정치 -與, ‘허위 인터뷰’ 김만배·신학림 등 고발…野 “국면 전환용” 비판 -단식·단체삭발…극한 치닫는 野 ‘대정부 투쟁’ -태영호 의원 ‘단식’ 이재명호 찾아 항의-[신율의 이슈메이커]尹 이념 논란은 보수결집과 무관, 비정상의 정상화 -“혐의자 특정말라” 국방장관 지시 드러나 △경제 -하반기 회복 먹구름…“韓경제 불확실성 확대” -직원이 술 안따랐다고 강제 발령? 지역 금융기관 위법 763건 적발-700억엔 규모 ‘사무라이 본드’ 해외 첫 발행 -“주요국 경기전망 불투명…韓 경제 우호 환경 전환 어려워”△금융 -장기기증자에 보험료 할증? 당국, 보험사에 연일 사전 경고-“2027년 점유율 1위 목표” 우리은행 기업대출 사활 -러시앤캐시, 이달까지만 영업한다 -주택사업자 금리 부담 낮추기…“확실한 보증이 우선” △글로벌 -화웨이發 미중 기술전쟁…SK·애플에 ‘불똥’ -‘AI가 만든 광고입니다’ 구글, 딥페이크 선거광고에 식별광고 의무화 -日 달 탐사선 ‘슬림’ 발사 성공…5번째 탐사국 되나 -우크라 깜짝방문 블링컨 “10억달러 추가 지원” △산업 -한화솔루션 美 태양광 사업 ‘마지막 퍼즐’ 맞췄다 -“완성차 새 플랫폼에 선제 대응, 배터리 기업에 매우 중요한 키” -고사양 게임 끊김없이 빠르게…삼성전자 ‘소비자용 SSD’ 힘준다 -HD한국조선해양, 차세대 친환경 선박 수주 △산업 -“통신기술에 IT 부착해 기업가치 키울 것”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대기발령 ‘인터넷 규제정책 강화’ 나서나 -바이오다인, 루머 불식 위해 상장 후 첫 IR -루닛, 美 가던트헬스 ‘암 진단 서비스’ 국내 출시 △산업 -印尼 이어 베트남 가는 신동빈…동남아 시장 정조준 -기후위기 극복 앞장, 한국콜마 업계 선봉 -하이볼·사케까지…후쿠시마 논란에도 日 주류 인기 -대기업 손잡고 시장 영향력 넓히는 로봇 中企들 △증권 -외인 유입도 AI 호재도 안 통해…7만원에 파는 개미들 -순이익은 늘었지만 운용사 절반이 적자 -배터리 아저씨 8종목 한방 투자…한투 액티브ETF 충전 완료 △증권 -10명 중 7명 “두산로보틱스 희망 공모가 적정” -인플레이션 우려에…증시 흔들 -고유가가 불붙인 정유·기계·조선주…투심 활활 -신한자산운용 ‘SOL 소부당ETF’ 순자산 5000억 돌파 △부동산 -광명·시흥·과천 ‘공공주택 8만 가구’ 공급 속도 -‘철근 누락’·‘벌떼입찰’ 근절, 시공능력평가제 대폭 손질 -등록금 오르는데…대학가 월세도 껑충 -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질주’ △MICE -업종·지역 경계 초월…K마이스 ‘얼라이언스 마케팅’ 열풍 -마이스 브리프, 이달의 주요 행사 -내년 마이스 부문 예산 304억 편성, 스마트마이스·K컨벤션 육성에 초점 -K콘텐츠 ‘글로벌 브랜드화’ 머리 맞댄다 △관광비즈 -대통령 산책로 오르고, 구석구석 맛집 탐방…‘오감만족’ 서울 -“5개 호텔 한눈에 비교·검색…韓고객 의견 담았죠” -팁·쇼핑·옵션관광無…아프리카 일주 1399만원 △스포츠 -역 그립에 집게 그립…그녀들의 변신은 무죄 -“큰 책임감과 함께 금메달 딸 것” -‘괴물 수비수’ 김민재, 亞 수비수 최초 발롱도르 후보 등극 -뉴질랜드 킥복싱 챔피언 울버그 꺾고 2연패 탈출해…반드시 살아남겠다 △오피니언 -[양승득 칼럼]반쪽이 목사, 금쪽이 당 대표 -[공관에서 온 편지]밀라노에서 본 부산엑스포의 미래 -[기자수첩]착실히 신용 쌓았더니…역차별에 허탈한 고신용자 △피플 -조명은 눈 건강뿐 아니라 뇌과학·심리학에도 영향 -포스코이앤씨, 소방청과 화재예방 주거환경개선 활동 진행 -최태원 회장, 지역청년 일자리 해법 모색 -“국가 경제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부채비율 관리할 것” -추형욱 SK E&S 사장, ‘푸른 하늘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에코프로, 저소득층 출산가정 육아용품 지원△사회 -‘나홀로 근무’에 돈뭉치 두둑…외국인 범죄자 타깃 된 환전소 -“폭우땐 인명피해 우려” 경고에도…12년째 관리자 없는 한강연결통로 -檢 “김만배 허위 인터뷰는 선거농단”…특별수사팀 구성 -비대면진료 초진, 야간·휴일·연휴에도 허용 검토 -철도노조 “14~18일 총파업”
2023.09.07 I 권효중 기자
  • [양승득 칼럼]새만금 징비록, 꼭 남겨야 한다
  • 4만 3000여명의 세계 청소년들을 극한의 생존게임 터로 몰아넣었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오늘 오후 폐막식을 갖는다. 최악의 폭염 속에서 엉망진창의 준비 상태로 시작한 후 조기 중단 위기까지 몰렸다가 정부와 각계의 긴급 지원으로 잠시 안정을 찾았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사다. 태풍 카눈이 한국을 덮친 탓에 참가자들을 서울 등 수도권으로 조기 철수시키고 프로그램도 문화 체험·산업 시찰 중심으로 대거 바꾸는 등 롤러코스터식 우여곡절을 몇 차례 겪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할 뉴스가 더 없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다. 대회를 국제적 망신거리로 만든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유사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곧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새만금의 실패는 시작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잠자리·먹거리·볼거리 등 외국 손님을 맞는 세 가지 기본 요건 중 ‘잠자리’부터 아예 정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땡볕을 피할 수 없는 여의도 3배 크기의 광활한 매립지 벌판을 야영지로 택한 기상천외의 발상에 우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모기와 물 것이 득실대는 침수지가 사방에 널려 있음을 감안한다면 주최측은 어떤 변명으로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생때같은 자식을 이역만리에 보낸 부모들이 발을 구르며 애태웠을 심정을 생각한다면 두고두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일이다. 시차 적응도 힘들었을 청소년들이 폭염과 벌레 물림 속에서 불면의 낮과 밤을 보내며 고통스러워했다면 먹거리·볼거리가 아무리 많고 좋아도 점수는 ‘꽝’이다. “귀하게 자라 불평·불만이 많다”고 입방아를 찧은 염영선 전북도의회 의원의 말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망신을 부른 원인 중 꼭 짚어야 할 또 하나는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인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나랏돈 축내기다. 1조 4000억원의 국고가 투입된 새만금의 동서와 남북 방향 십자형 간선 도로 건설 및 80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된 신공항 건설이 대표적이다. 잼버리를 빌미로 인프라 예산 한몫 잡기에 더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견학을 이유로 99번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 또한 문제투성이다. 대다수가 잼버리와 관련없는 유명 관광지에서 시간을 때우고 일부는 크루즈 여행까지 즐긴 사실을 고려하면 새만금을 틈탄 나랏돈 빼먹기는 역대급 잔치였을 가능성이 크다.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 야영지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만을 투입하고 조직위 운영비로 740억원을 쓴 사실이 ‘빼박’ 증거다.새만금의 반성문은 앞으로도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행사 관계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 하나는 “그저 그런 적당주의로 성공을 기대했다면 그건 잼버리를 갖고 장난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에서 17년간 악장으로 일한 특급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뉴욕 필하모닉을 5년간 이끈 지휘자 얍 판 츠베덴(63·네덜란드)이 명연주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내놓는 답은 한결같다.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90%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110%의 훈련이 필요하다.” 너무도 뻔한 팩트지만 연습, 그리고 또 연습 외에 무슨 비결이 있겠느냐는 것이다잔치가 절로 대박을 터뜨릴 것을 자신했다면 잼버리 관계자들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부끄러워해야 할 답이다. 아시아 잼버리가 2년 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고, 후보지 경쟁에 염치없이 또 나선 새만금과 강원도 고성이 신경전을 벌인다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징비’가 없다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K팝에 온세계가 열광하고 K푸드, K컬처가 젊은이들의 로망으로 각광받는다 해도 기본이 안 된 행사,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 들인 이들이 판치는 대회는 없느니만 못하다. 나라 망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2023 새만금 징비록’을 반드시 남겨야 하는 이유다.
2023.08.11 I 양승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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