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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주식 처분 목적을 ‘R&D 투자 등 재원 확보’라고 기재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소송 패소에 따라 지불할 비용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손해배상금이나 합의금 명목으로 공시할 수는 없으니 R&D 목적으로 기재한 것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대웅제약은 이자 부담 없이 확보한 500억원의 자금을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 후기 임상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 후기 임상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 임상 1상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생산할 향남 신공장 건설에도 해당 자금의 일부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의 현금 지원은 대웅제약의 비용 소모가 많은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그간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를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또한 순차입금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이자 부담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가 출시된 2019년 판매관리비를 3242억원으로 전년보다 20.3% 증액한 이후 지난해까지 30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판관비가 3796억원으로 전년보다 15.5% 늘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7.8%에 그쳤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생산할 수 없게 되면 영업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톡신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같은 것으로 판단해 균주 반환, 균주로 제조한 반제품·완제품 폐기, 손해배상 400억원 지급을 판결했다. 이러한 1심 판결이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유지된다면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대웅제약은 2019년 5월 나보타를 미국에 출시한 이후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별도 기준으로 314억원이었던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2020년 126억원→2021년 955억원→2022년 1060억원으로 급증해왔다. 2020년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에는 메디톡스와 소송을 진행하면서 같은해 법률 비용으로 350억원을 회계처리한 영향이 컸다.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이 나보타 출시 전인 300~400억원대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최근 5년간 순차입금 비율이 30% 후반에서 40% 초반을 기록해 왔다. 매년 이자로만 100억원 이상 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 기준으로는 순차입금 4033억원, 순차입금 비율 61.1%로 껑충 뛴다. 대웅제약은 최근 5년간 별도 기준 순차입금 비율이 △2018년 62.9% △2019년 64.5% △2020년 62.9% △2021년 60.2% △2022년 61.1% 등 60%를 넘어왔다. 지난해 별도 기준 순차입금에 연 이자율을 4%로 일괄 적용할 경우 연간 이자만 161억원 수준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순차입금 비율이 높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이게 무조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순차입금 비율이 높은 편인 건 확실하다”며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이자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대웅제약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나보타 생산이 불가능해질 경우 메디톡스뿐 아니라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에볼루스는 나보타 생산이 중단될 경우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파트너사가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500억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향후 자금 조달이라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