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8월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신설하기로 결의했다. 일동제약은 유가증권 상장법인으로 존속하고 유노비아는 비상장사로 신설된다. 100억원 이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내달 1일이면 유노비아가 출범할 전망이다.
일동제약, 분사 이후 제약사업 중심으로 회귀
일동제약은 기존의 주력 사업이었던 의약품, 의약품 원료,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일동제약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문의약품(ETC) 54%, 일반의약품·헬스케어(CHC) 43%로 각각 구성돼있다.
전문의약품 사업은 신약과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 확보, 코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소화성궤양용제 ‘넥시움’ 등 신규 도입 품목, 진단키트 코프로모션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엔데믹으로 인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진단키트 매출을 다른 제품으로 얼마나 채울지가 관건이다.
단 일동제약은 비만치료제 ‘벨빅’과 위궤양치료제 ‘큐란’의 판매 중단 여파로 아로나민의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이번 분사이후 일동제약이 마케팅·영업에 집중하면서 이전의 위상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일동제약과 유노비아의 관계는?
앞으로 일동제약과 유노비아의 관계는 테라젠이텍스(066700)와 테라젠바이오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젠바이오는 테라젠이텍스가 2020년 5월 유전체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당시 테라젠이텍스는 외부 자금 조달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테라젠바이오 분사를 결정했다.
테라젠이텍스는 회사의 핵심 사업 분야였던 유전체사업 부문을 테라젠바이오에 넘기면서 기존 제약사업과 전문의약품 유통사업이 주요 사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면 제약사업 매출액이 898억원(46.41%), 전문의약품 유통사업 매출액이 794억원(41.06%)으로 전체 매출의 87.47%를 차지하고 있다. 유전체사업 매출도 200억원으로 일부 남아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7%에 불과하다.
일동제약은 유노비아 분사 이후에도 연결재무제표상으로는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유노비아는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도재무제표상으로는 R&D로 인한 비용 지출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동제약은 유노비아를 분리하면서 외부 투자 유치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노비아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신약개발 성과는 배당 등의 방식을 통해 공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지분율 36.03%)이자 지주사인 일동홀딩스(000230)는 계열사들의 지급보증을 서주면서 후방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총 396억원 규모의 계열사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신약개발 자회사 중에서는 아이디언스가 일동홀딩스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받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동그룹에는 또 다른 R&D 자회사들도 있는 만큼, 여전히 신약 R&D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분할을 통해 유노바이나느 독립적인 지위에서 외부 투자 유치가 용이해지고, 일동제약은 제약 사업에서 확보하는 수익을 다시 기존 사업 성장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노비아 출범 이후 일동제약이 신약개발을 아예 안 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100% 자회사를 통해 신약 R&D를 따로 또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