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문턱 넘기 힘든데...VC들이 계속해서 문 두드리는 이유

정보 공개·성과 담보 어려워…''위험자본'' 꼬리표
펀드 대형화 분위기에 출자자 신뢰 얻기 최우선
코스닥 상장 VC 19곳…출자금 따내기 경쟁 심화
  • 등록 2024-01-20 오전 7:18:19

    수정 2024-01-20 오전 7:18:19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벤처캐피탈(VC)들의 상장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신뢰도 장사’가 가장 중요한 VC에게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격증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정된 정보 공개로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주주환원책도 미미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1세대 VC HB인베스트먼트는 25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1999년 설립해 업력 20년을 넘긴 HB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619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VC 중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가 이번에 상장에 성공하면 지난해 LB인베스트먼트(309960)캡스톤파트너스(452300)의 뒤를 이어 코스닥에 입성하는 VC가 된다.

실제 VC들이 상장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대부분 투자위험요소와 추후 펀드결성, 예상 수익창출 시점 등의 지점에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으며 몇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을 거친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려운 업계 특성상 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투자 수익 등을 명확하게 알릴 수 없고 펀드 운용 성과나 규칙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VC들은 상장을 앞두고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대표적인 기업들을 내세우지만 투자 성과가 100% 수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혁신적이지만 매출과 담보 부족으로 자금 조달이 힘든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업계 특성상 ‘위험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VC는 실적과 기업가치의 변동성도 크다. VC들은 상장을 앞두고 투자한 기업들 중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를 내세우며 투자 역량을 자랑하지만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성과가 100% 수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C들이 지속적으로 상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출자자(LP)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VC들이 상장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 때문으로 보인다”며 “LP들한테 운용 능력을 어필하려면 어느정도 검증된 곳이라는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상장한 VC가 19군데인데 이들과 경쟁해서 출자금을 따내려면 비슷한 자격은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상장을 통해 공모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으로 운용자산을 확대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VC들도 있다. 벤처투자 혹한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VC 업계에서도 AUM이 크고 투자실적이 좋은 상위 벤처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공고해지고 있다. 신규 출자자를 유치하거나 기존 LP들의 출자를 끌어내려면 펀드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상장을 선택한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상장에 나서려는 VC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VC들의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LP들의 출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뢰도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 같다”며 “이미 상장한 VC들도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VC에 성공 비결을 공유하는 등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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