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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0년 12월 23일이었다. A씨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의 자택에서 아들 B군에게 분유를 먹이고 전신을 담요로 덮어 호흡 곤란 상태로 만든 뒤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6시간가량 아들을 방치한 A씨는 집에 돌아와 B군의 시신을 포대기로 싸 비닐 지퍼 가방에 넣었고 인근 포구 테트라포드로 이동해 유기했다.
A씨의 범행은 2년 5개월 뒤 서귀포시가 필수 영유아 예방접종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야 드러났다. 살아 있었다면 2살이어야 할 B군이 장기간 검진받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시 차원에서 A씨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었다.
당초 A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 6월께 친부가 아들을 데리고 제주에 오기로 했다”고 진술했지만 B군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고 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A씨는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을 출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살해를 마음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홀로 양육할 때 아동 돌보미를 고용했지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고소를 당했으며 집세를 내지 못해 범행 이튿날까지 주거지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외조부 손에 자랐다가 일찍 독립했기에 가족들은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친부로 지목된 남성 C씨 또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밝힌 곳은 이미 매립된 상태였고 B군의 시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A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를 비롯해 사기 등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며 “생명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던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기에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연인 관계 등으로 친분이 있던 여러 피해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단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총 3억 200여만원 상당의 금원을 편취했다”며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편취금을 탕진했으며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피해자를 출산해 홀로 양육하던 중 산후우울증과 경제난 등으로 삶을 비관하며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사기 피해자에게 편취금을 변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