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 생명체 시대 온다...주목받는 'Non-GMO'

일본, 미국 등 유전자 교정 생명체 허용 추세
외래유전자 삽입 없으면 Non-GMO로 판명
해외 바이오벤처 유전자 교정 토마토, 도미, 블랙베리 등 속속 개발
국내 업체는 유전자 교정 작물에 집중...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 약 80조원
툴젠, 지플러스생명과학, 진코어 등 Non-GMO 개발 시도 중
  • 등록 2022-02-09 오후 4:43:05

    수정 2022-02-09 오후 4:43:05

이 기사는 2022년2월8일 16시43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글로벌하게 유전자 교정 생명체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전자 교정 생명체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 변형 생명체(GMO)와 달리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유전자 교정 생명체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누구도 완전히 선점하지 못한 유전자 교정 생명체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 유전자 교정 작물 개발 기업 ‘페어와이즈 플랜츠’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씨가 없어 먹기 편한 블랙베리를 개발해 미국 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제공=Pairwise plants)


유전자 교정 생명체, 외부유전자 삽입 여부가 관건

지난해 9월 일본이 자국 내 바이오 벤처 ‘사나텍시드(SanatechSeed)’가 유전자가위의 일종인 ‘크리스퍼-캐스(CRISPR-CAS)9’를 이용해 제작한 유전자 교정 토마토의 판매를 승인했다. 이 유전자 교정 토마토는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가바(GABA)’ 물질의 함량이 일반 토마토보다 4~5배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달 뒤인 11월에는 일본은 ‘리저널피쉬(Regional Fish)’가 근육량 제어하는 유전자를 없애 몸집을 1.2~2배까지 키울 수 있도록 개발한 참돔과 복어의 판매를 허용했다. 과거 유전자 교정 생명체에 대한 논의가 식물 수준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면, 일본의 결정으로 동물까지 그 범위가 단숨에 확대된 셈이다.

미국 농무부(USDA)도 2018년 식물 육종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데이비드 리우 하버드대 교수와 장 펑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 등은 유전자 교정 작물 개발 기업 ‘페어와이즈 플랜츠(Pairwise plants)’를 창업했다. 두 사람은 2013년 설립된 유전자 교정 전문 신약 개발 기업 ‘에디타스메디신(EDIT)’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최근 페어와이즈 플랜츠는 유전자 교정 기술를 활용해 미국에서 수요가 큰 블랙베리와 레드라즈베리 등을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두 작물의 식물 덤불에서 나타나는 가시를 제거해 수확 과정을 더 쉽게 했고, 씨를 제거해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현재는 5년 내로 이 작물들을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안전성 검증 및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회사 측은 복숭아 등 과일에서도 씨를 제거해 어린이가 먹기 좋은 유전자 교정 작물의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외래유전자 삽입으로 안전성과 생태계 교란 등의 논란을 빚은 GMO와 유전자 교정 생명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톰 아담스 페어와이즈 플랜츠 대표는 지난해 12월 미국 음식전문매체 푸드다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외래 유전자를 특정 생명체에 추가하는 유전자 변형과 달리 유전자 교정은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를 일부 변경하거나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전자 교정 기술이 신약 개발 산업 다음으로 가장 넓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가 종자 및 육종 개발 산업이다”며 “이를 통해 개발된 생명체를 이른바 ‘Non-GMO’라 부른다. 원하는 부위를 교정하고 주입한 유전자가위는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외래유전자 도입 이슈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 육종방식보다 빠르게 기후위기 등에 대응할 작물을 만들 수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식량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영국도 유전자가위 기술의 오류율이 낮아진 것을 근거로 유전자 교정 생명체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5월 유전자가위 등 바이오 신기술의 국제적 규제 동향과 조화로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이 개정안에는 외래유전자 삽입 여부를 판단해 심사, 사용, 수입 등 승인 절차를 조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툴젠은 항산화 효과가 있는 올레산 함량을 전체 지방산의 85%로 끌어올린 고올레산콩(HO-0)를 개발했다. HO-0는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2020년 유전자 변형 생명체(GMO)가 아닌 것으로 승인받았으며, 내년 중 중앙아시아 등에서 시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제공=툴젠)


콩부터 대마까지... 국내 기업은 지금 다양한 유전자 교정 생명체 개발 중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고추나 옥수수, 콩, 무, 양파 등 주요 작물의 종자 사업 규모는 약 660억 달러(한화 약 80조원)다. 이중 GMO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GMO는 외래유전자로 인한 인체 유해성과 안전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 개발기간은 15년 가량 걸리며, 비용은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반면 유전자 교정 생명체 개발기간은 GMO의 3분의 1인 약 5년 안팎이며, 비용은 100분의 1 수준이다. 투자 대비 큰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유전자 교정 생명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내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199800)은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해 인체에 유익한 올레산의 함량을 높인 ‘고올레산콩(HO-0)’과 ‘갈변 억제 씨감자’를 개발했다. HO-0는 2020년 미국 USDA로부터 외래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은 Non-GMO로 승인받은 바 있다. 갈변 억제 씨감자의 경우 USDA의 사전검토제 승인을 위해 서류를 제출한 상태로 올해 상반기 내 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툴젠에 따르면 고올레산 콩을 활용한 전 세계 콩기름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에 가깝다. 이미 미국 칼리스트(Calyxt)에서 개발한 ‘칼리노(Calyno)’라는 제품이 2020년 기준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칼리노나 HO-0 모두 올레산 함량이 전체 지방산의 80~85% 수준으로 성능 차이도 크지 않다. 경쟁 제품이 있는 미국에서 첫 상용화를 시도할 계획은 없다”며 “중아아시아나 남아메리카 등의 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해당 지역에서부터 내년에 시제품을 출시해 점차 판매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툴젠은 농생명공학 기업 이그린글로벌과 갈변 억제 씨감자의 대량 생산 및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회사 측은 베이스 에디팅(염기 교정)등 여러 교정 기술을 활용한 제초제 저항성 옥수수와 독소물질(솔라닌) 제거 감자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지난달 11일 미국 최대 종자기업 파이오니아의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도입해 식물 및 종자 분야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2019년 설립된 신생 바이오벤처 진코어(GenKore)도 초소형 유전자가위(크리스퍼-캐스12f)를 이용해 유전자 교정 대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대마는 의약품 원료, 오일, 젤리, 음료, 화장품에 널리 사용되며, 그 시장은 약 12조원에 이른다.

진코어 설립자인 김용삼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대마는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관련 당국과 협력하에 유전자 교정 대마를 개발하고 있다”며 “유전자 교정 생명체를 활용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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