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화이자(PFE)의 ‘프리베나13’이 점령해 온 폐렴구균용 다가 접합백신 시장에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났다. 미국 머크(MSD)의 ‘백스누반스’가 성인에 제한됐던 접종 연령층을 영유아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하면서 프리베나13과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관련 13가 백신 ‘스카이뉴모’를 확보했지만, 프리베나13의 특허에 막혀 출시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회사 측은 프랑스 사노피와 함께 새로운 폐렴구균용 다가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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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누반스’, 전 연령 대상 폐렴구균용 최다 다가백신 등극
지난 22일 머크는 자사의 15가 폐렴구균 접합백신 ‘백스누반스’를 생후 6주부터 17세 사이 연령층에게도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백스누반스가 전 연령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폐렴구균용 최다 다가백신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머크가 개발한 백스누반스는 다당류와 단백질을 접합시켜 만든 15가 백신이다. 이 백신은 폐렴구균 혈청형 1과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2F, 23F 및 33F 등 15종을 동시에 예방한다. 이번 FDA의 조치로 백스누반스의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존 시장 1위 제품인 프리베나13의 대항마로 자리하게 됐다. 프리베나13은 백스누반스가 가진 폐렴구균 혈청형 중 22F와 33F를 제외한 총 13종을 예방하는 13가 접합백신이다.
엘리아브 바 머크 글로벌임상개발부 총괄은 “백스누반스는 영유아나 아동에서 위험성이 높은 2, 22F, 33F 등 혈청형에 대한 높은 예방률을 자랑한다”며 “이처럼 소아 폐렴구균 시장에서 특히 강력한 백신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폐렴구균용 13가 접합백신 ‘스카이뉴모’를 개발 완료했지만, 2026년에 만료되는 프리베나13의 원천 특허 장벽에 막혀 시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머크는 2026년 말까지 백스누반스 순매출의 7.25%를, 특허 만료 후부터 2035년까지 해당 매출의 2.5%를 각각 로열티로 지불하기로 지난해 9월 화이자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폐렴구균용 접합백신 시장은 약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프리베나13은 이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 측은 이미 프리베나13을 넘어서는 폐렴구균용 20가 백신 ‘프리베나20’을 개발해 FDA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각각 2021년 6월과 올해 2월 성인 대상으로 판매 승인받았다. 의약품전문매체 ‘드럭 디스코버리 앤 디벨럽먼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화이자의 프리베나13 및 20 등 관련 약물군의 총 매출액은 52억7200만 달러(한화 약 6조76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자는 프리베나20의 접종연령 등을 확대해 수년 내로 프리베나13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머크는 폐렴구균용 21가 백신 ‘V116’의 성인 대상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폐렴구균 21가 접합백신 ‘GBP410’을 확보해 미국에서 성인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고령화로 호흡기 감염에 영향을 주는 폐렴구균 백신 시장 자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주요국을 포함해 세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GBP410 개발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렴구균 각 혈청형 별로 주요 발생 연령군과 병증의 양상 등이 다르다”며 “프리베나20이 이미 출시돼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겠지만, 우리를 포함해 후발주자가 개발한 20가 이상 다가 백신이 현장에서 효과가 좋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