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릭스가 피씨엘에 엠큐렉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관리종목 위기에서 벗어나고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엠큐렉스는 올릭스가 지난해 1월 스핀오프한 연구개발(R&D) 자회사로 적자를 지속해 왔다.
피씨엘은 올릭스 외 3개 법인으로부터 엠큐렉스 지분 42.65%(56만5100주)를 122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올릭스 외 3개 법인은 삼양홀딩스와 아주좋은성장지원펀드, 키움뉴히어로1호펀드 등이다. 인수 과정에서 피씨엘과 올릭스는 상호 주식 현물 출자를 진행한다. 올릭스는 엠큐렉스의 보통주 35만5100주를 현물 출자하고 피씨엘의 신주 보통주 77만5704주를 배정받는다.
엠큐렉스, 올릭스에서 스핀오프한 R&D 업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재평가된 엠큐렉스의 기업가치는 286억원으로 지난해 6월 6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펀딩에서 인정받은 프리밸류 200억원보다 43% 높아졌다. 회사 측은 프리시리즈 A 펀딩으로 시가총액이 265억원이 됐으므로 이를 기준으로는 기업가치가 7.9%만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의 자산가치는 삼덕회계법인이 현금흐름할인법(DCF)에 따라 평가했다.
엠큐렉스는 올릭스가 지난해 1월 51%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mRNA 기술 기반 백신·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관계사인 올릭스와 올릭스 미국법인(OliX US)의 핵산 치료제 연구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홍선우 올릭스 연구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끌어가고 있으며, 직원수는 1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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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릭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데에는 영업손실이 지속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누적된 결손금만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085억원에 달했다. 올릭스는 올해 5월 총 57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전액 자본으로 회계처리했다. 그럼에도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올릭스는 이달 말부터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290억원 규모의 미상환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자본금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1개월간 올릭스의 주가는 해당 CB의 전환가액(2만4250원)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해 보통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았다.
엠큐렉스 지분 매각으로 올릭스가 얻는 것들
우선 올릭스는 엠큐렉스 지분 매각으로 80억원을 챙기면서 올릭스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올해 3분기 말까지만 해도 46.9%였던 해당 비율이 낮아지면서 관리종목 위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올릭스의 엠큐렉스 지분율이 40.38%에서 13.58%로 줄면서 연결 대상 종속기업에서 빠지게 되면서 재무적 부담도 완화된다. 그간 엠큐렉스는 순적자를 내면서 올릭스의 순손익에도 악영향을 끼쳐왔다.
여기에 잔여지분(17만9900주)의 자산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보유 지분 가치도 올랐다. 올릭스의 엠큐렉스 지분율은 40.38%에서 13.58%로 줄었지만 보유 지분 가치는 9억원(3분기 말 장부금액)에서 39억원으로 늘었다. 올릭스로서는 지분 매각에 따른 차액뿐 아니라 잔여 지분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도 챙기게 됐다.
매각한 엠큐렉스 지분 대신 보유하게 되는 피씨엘의 지분이 상장사 지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비상장사인 엠큐렉스 지분에 비해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다. 피씨엘 지분은 1년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현금으로 전환 가능해진다.
피씨엘, 엠큐렉스 인수 배경 의혹…사적 관계 영향?
반면 피씨엘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엠큐렉스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2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엠큐렉스는 지난해 11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3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기존 사업인 체외진단 사업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치료제 사업간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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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누가 봐도 인수 대상 회사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없고, 오로지 양사 대표가 부부 관계라는 이유가 해당 해사 인수에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배임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라 하더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인수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설립 초기 단계인 엠큐렉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엠큐렉스 설립 2년 만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은 자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저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 진단업계 관계자는 “설립한 지 1~2년 만에 지분을 판다고 하는 것은 주가 띄우기를 위한 목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피씨엘은 엠큐렉스 인수 목적이 신규 사업 참여라고 밝혔다. 피씨엘의 사업영역을 체외진단뿐 아니라 mRNA 백신·치료제로 넓혀 해외 진출하겠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엠큐렉스가 R&D 전문 업체의 특성상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지분 투자를 추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피씨엘 관계자는 “피씨엘은 진단사업뿐 아니라 백신·치료제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며 “피씨엘은 원래 단백질을 연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mRNA 백신·치료제 사업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릭스도 이번 거래 상대방으로 피씨엘이 사업적인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엠큐렉스가 추진하던 시리즈A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아지면서 일부 투자가들 사이에서 진단사업을 하고 있는 피씨엘과의 협업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피씨엘 측에서도 진단사업과 백신 사업은 시너지가 있다고 해 딜을 추진하자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사는 이번 지분 양수도가 사적 관계이기 때문에 이뤄진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올릭스 측은 “단지 사적 관계에서 이 딜을 추진한 게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협의와 제3자의 평가, 실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의 딜이라는 판단 하에 (이번 지분 거래를) 추진했다”며 “이번 딜은 기존 엠큐렉스 투자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가능한 딜이기 때문에 사적 관계에서 이뤄진 의사결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