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대화제약(067080)이 의약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제조자설계생산(OEDM)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첨병은 전 세계 시장 규모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항암치료제 ‘파클리탁셀 제제’의 경구형(마시는) 제제이자 개량신약 ‘리포락셀(액)’이다. 파클리탁셀 제제는 글로벌 빅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로부터 개발 및 시판된 탁솔(파클리탁셀 주사제)을 필두로 글로벌하게 30년 이상 꾸준히 써온 항암제로 정맥주사 형태로 주입해야 한다.
리포락셀은 기존 주사제인 탁솔의 단점을 보완한 세계 최초의 마시는 파클리탁셀 제제이라는 점에서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리포락셀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중국시장에서 최초로 출시될 예정이다. 대화제약은 지질기반 자가약물전달 플랫품 기술(DHLASED)의 첫 결실물인 리포락셀을 계기로 향후 항바이러스제, 치매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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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국당국이 리포락셀의 신약품목허가(NDA)를 검토하고 있다. 대화제약이 기술 수출한 중국 파트너기업 알엠엑스(RMX)바이오파마의 모회사인 하이흐(Haihe)바이오파마가 지난해 9월 중국당국에 신약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리포락셀의 중간·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생존률(OS)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 만큼 품목허가 승인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당국이 리포락셀에 대해 연내 품목허가를 승인하면 내년 상반기 내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리포락셀은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위암 환자나 국부 재발성 위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사용된다.
중국은 매년 위암 등 300만∼400만명의 신규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파클리탁셀 시장은 2019년 약 2조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와 약가인하 등으로 규모가 감소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파클리탁셀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올해부터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화제약은 2017년 9월 RMX바이오파마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만큼 선급금 40억원을 포함한 수익이 예상된다. 계약 기간은 중국 내 제품 시판 후 10년이다.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은 243억원으로 △임상개발 △허가승인 △판매 매출액 달성 등으로 나눠져 있다.
대화제약은 국내에서 리포락셀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재심사를 받고 있다. 재심사기간은 내년 9월까지다. 리포락셀은 2016년 9월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했던 약가가 너무 낮아 대화제약에서 수용할 수 없었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약가는 파클리탁셀 주사제의 경제적 조합(해당 성분 함량 중 가장 저렴한 함량의 약가 적용) 기준으로 산정돼 대화제약이 책정했던 약가의 절반 수준으로 원가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포락셀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정부의 약가정책을 지적하기 위한 한 사례로 지난해 국정감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대화제약은 참여 의료기관의 확대와 적극적인 환자 모집을 통해 기간 내에 재심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이 약 20년 동안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만든 개량신약이다. 정부도 리포락셀의 가치를 인정해 임상 비용 8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리포락셀은 항암제이므로 비급여로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에 급여 등재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리포락셀의 혁신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약가등재 규정으로 인해 현재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최초 부여받은 재심사 기간에서 2년을 추가로 연장 받았다”며 “참여 의료 기관의 확대와 적극적인 환자 모집을 통해 기간 내 재심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제약은 리포락셀의 적응증도 유방암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화제약은 리포락셀의 유방암 적응증과 관련해 미국과 체코에서 임상 2상에 대해 자료를 분석 중이다. 연내 결과 보고서 도출을 목표하고 있다. 아울러 대화제약은 한국과 중국, 동유럽에서 유방암 적응증과 관련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중국, 동유럽에 대한 유방암 적응증 추가 허가 신청은 2025년에 제출 예정이다.
파클리탁셀은 난용성 약물로 기존 주사제의 경우 용해제(용액을 만들때 용질을 녹이는 액체)나 주입기 등 약제 복용의 보조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포락셀은 마시는 제제이기 때문에 용해제와 보조기구가 전혀 필요 없다. 프리시던시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파클리탁셀 제제시장(위암 등 전체 적응증)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600억원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리포락셀은 주사제 처치에 필요한 전처치(과민반응억제제 외 약제로 투약 하루 전 입원하여 복용 필요)도 필요가 없다. 리포락셀은 별도로 정맥주사를 통한 3시간 이상의 주입 시간도 필요 없이 간단하게 마시면 돼 복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중국 인허가 자료에 제출된 임상 3상 중간보고서 등에 따르면 생존률이 탁솔과 비교해 명확한 개선을 보이는 등 매우 고무적인 정황”이라며 “주사제 복용의 중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탈모와 뇌·척수 외부에 위치한 신경이 손상되는 말초신경병증 등 부작용 발현율도 낮다”고 설명했다.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의 지질기반 자가약물전달 플랫폼 기술 ‘DHLASED(DaeHwa Lipid-bAsed Self-Emulsifying Drug Delivery Technology)’의 첫 결실물이다. 대화제약은 리포락셀을 계기로 기타 항암제, 난용성 약물의 경구화, 항바이러스제, 치매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대화제약은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대화제약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31억원으로 전체 매출(1319억원)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화제약의 지난해 의약품(파스류 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제조자설비생산방식 매출은 23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8%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화제약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리포락셀은 국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혁신 신약으로 상징적인 제품”이라며 “여러 대내외 우수 제약사가 파클리탁셀을 마시는 제제로 개발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포락셀은 DHLASED 플랫품의 첫 결실물이자 혁신적 개량 신약을 개발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양시켜준 매우 중요한 의미 있는 과제”라며 “앞으로도 리포락셀과 같은 좋은 사례를 남기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