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판 커지는 아시아나 화물 매각전…핵심은 자금 확보

최대 2조원 자금 필요…자금 확보 관문
제주항공 담보로 계열사 지원 나선 애경그룹
사모펀드도 부담…전략적·재무적 투자자 확보
"외국 지분율 제한…자본 투입에도 한계 존재"
  • 등록 2024-03-09 오전 7:18:33

    수정 2024-03-09 오전 7:18:33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 사업부 매각 성사를 위해선 인수가격과 자금력이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 사업부 인수에 최대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모기업의 지원을 받거나 컨소시엄을 꾸려 자금을 동원할 전망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 UBS는 제주항공(089590)·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이스타항공을 화물사업부 인수 적격후보자로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예상 인수 금액은 최대 7000억원으로 점쳐지지만 1조원의 부채와 경영 개선을 위한 자금 등을 포함하면 최대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당초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제주항공이 뛰어들면서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대기업 AK홀딩스(006840)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자금 조달에도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지난달 제주항공 지분 9.67%를 담보로 잡아 500억원을 대출하면서 힘이 빠진 모양새다.

AK홀딩스는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AK플라자의 부실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그간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상당수를 담보로 계열사 지원 자금을 마련해 왔다. 이번 계약까지 합하면 그간 AK홀딩스와 애경그룹 계열사가 금융사에 담보로 맡긴 제주항공 지분은 전체의 45.22%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당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부채비율이 1913% 수준이었던 제주항공은 지난 2022년 4분기 흑자로 돌아선 이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5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애경그룹의 인수 의지가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에 뛰어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곳 중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의 대주주 사모펀드는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번 인수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다만 2조원이 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면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JC파트너스를 등에 업은 에어프레미아는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에어프레미아가 자금력 확보를 위해 SI나 FI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 미주 노선을 확대하면서 투자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 이번 인수전을 완주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화물사업 면허가 없는 상황이라 매각자 측이 제시하는 요건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려면 국토교통부의 화물 항공운항증명(AOC)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AOC 재취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면허 발급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인수가 불가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인천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자 중 유일하게 항공 물류 사업을 전문으로 한다. 에어인천이 화물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사업자 중 2위로 단번에 올라설 수 있어 인수 의지가 강하다. 다만 에어인천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5억원에 불과해 자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인식도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법상 국가기간산업은 외국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외국 자본의 투입에도 제약이 있다”며 “화물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운영 경험이 있는 항공사가 인수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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