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노리는 삼성메디슨, 비장의 카드는?

  • 등록 2024-12-18 오전 11:00:09

    수정 2024-12-18 오전 11:00:09

이 기사는 2024년12월11일 11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의료기기전문기업 삼성메디슨이 제2의 도약을 노린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메디슨의 주요 사업 영역인 의료기기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10년에 낙점한 5개 신수종사업(의료기기·태양광·자동차용 배터리·발광다이오드(LED)·제약 및 바이오)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은 최근 의료기기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삼성메디슨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가전·정보기기 시장이 수요 둔화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능을 의료기기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특히 삼성메디슨은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앞세워 글로벌 최대 헬스케어시장인 미국을 적극 공략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난해 매출·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올해 경신 유력

10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4322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특히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 감소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매출 5174억원, 영업이익 864억원을 나타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삼성전자(005930)에 인수된 뒤 세 차례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의료기기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전개해 재기에 성공했다.

삼성메디슨은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첨병으로 인공지능이 꼽힌다. 삼성메디슨은 주력 제품인 초음파기기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경쟁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삼성메디슨은 프리미엄 제품 출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최고급 프리미엄 신제품 헤라(HERA) 제트(Z) 20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헤라 제트20은 여성과 태아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출시된 산부인과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로 라이브 뷰어시스트(Live ViewAssist™)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진단 보조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라이브 뷰어시스트는 태아를 스캔하는 동안 나타나는 초음파 영상 중 필요한 단면을 자동으로 추출해 전체 임신 주기에 필요한 항목별 측정 결과값을 제공한다.

이지볼륨(EzVolume™)도 초음파기기에 처음으로 탑재된 인공지능 기술 기반 진단 보조 기능으로 3차원(3D) 초음파 이미지의 태반, 자궁, 양수, 태아의 얼굴 및 몸통 등의 구조물을 자동으로 분할해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원하는 구조를 볼 수 있다. 특히 이지볼륨은 사용자가 구조물 별 색상, 투명도를 조정할 수 있어 더 직관적인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삼성메디슨은 또한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헤라 제트20을 기획했다. 헤라 제트20을 통해 첫 공개된 기능인 마이 헤라(My HERA™)는 사용자 유형 및 선호에 따른 제품 설정값을 개인에게 맞춤화된 시스템으로 구축해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아울러 헤라 제트20은 초음파 신호 손실을 최소화해 어려운 사례 진단 시 더욱 높은 영상 품질을 보여준다.

앞서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8월 프리미엄 제품 V8에 성인 심장 자동측정 기능을 추가로 장착하는 등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V8의 V는 다용도와 다목적을 의미하는 버서타일(Versatile)의 약자를 뜻한다. 삼성메디슨의 V시리즈 제품들은 산부인과를 비롯,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복합적인 기능을 갖췄다.

V8은 영상의학과용으로 초음파 횡파 탄성을 이용해 간경화나 종양 등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스 쉬어웨이브 이미징(S-Shearwave Imaging™)과 에스 퓨전(S-Fusion™)을 탑재했다. 이 기능을 통해 실시간 초음파 영상과 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법(MRI) 영상 데이터를 정합, 병변의 위치를 파악해 진단 효율을 높이고 진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프랑스 AI스타트업 인수에 전담 조직 신설까지

삼성메디슨은 최근 인수를 완료한 프랑스 초음파 인공지능 의료기기 스타트업 소니오와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한해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인 1265억원에 소니오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이번 거래는 삼성메디슨이 2011년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첫 인수합병(M&A)이기도 하다.

2020년에 설립된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인공지능 진단 보조 기능 디텍트는 태아 상태 측정용 진단 단면을 자동 인식해 화면의 품질과 적정 여부를 평가한다. 소니오는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디텍트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향상된 성능의 신규 버전은 지난 4월 추가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 승인을 받은 뒤 미국 대형병원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디텍트가 판매될 경우 삼성메디슨의 실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오의 인공지능 진단 리포팅 솔루션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되는 만큼 고객의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유지보수가 쉽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특히 소니오는 미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공략에 선봉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메디슨은 미국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2위(약 9%)로 1위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큰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이 소니오인 셈이다. 삼성메디슨은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9%에 달하는 만큼 수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의사와 초음파 임상 어플리케이터(소노그래퍼)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디텍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삼성메디슨이 소니오를 인수한 것도 미국 산부인과 초음파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메디슨은 인공지능 관련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유규태 대표를 선임한 뒤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메디슨은 연구개발 (R&D) 조직 개발팀 산하에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인공지능&인포매틱스 그룹을 만들었다. 그룹 총괄에는 필립스 출신 인공지능 전문가 비제이 샴다사니 상무를 영입했다.

그룹 산하에는 영상의학과, 산부인과, 심장내과 등 5개 랩을 신설해 분과별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강화한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를 통해 외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조직 신설을 통해 인공지능 내재화까지 꾀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 의료시장 규모는 2021년 110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30년 1880억달러(약 26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앞으로 분과별 특화 인공지능 진단 보조 기능 개발을 통해 현재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영상의학과와 산부인과는 물론 의료 전 분과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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