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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직장인 최혜숙(32세) 씨는 포메라니안 강아지 ‘뽀미’를 키운다. 뽀미와 함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출근전 1시간, 퇴근 후 3시간이 전부다. 짧은 시간이지만 혼자 사는 외로움을 뽀미 덕분에 달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문제는 회사를 다녀오면 집이 항상 엉망이라는 점이다. 쓰레기통은 항상 엎어져 있고, 배변도 여기저기 흩어져있기 일쑤다. 때로는 늑대처럼 우는 ‘하울링’ 소리 때문에 옆집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발톱도 물어 뜯은 흔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그는 “뽀미가 주인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 행동학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도 외로움을 느낀다. 마냥 움직이는 봉제인형이 아니다. 동물행동학에 따르면 개도 사람처럼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고 무리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 주인이 없을 때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심하게 짖거나 심지어 자해하는 것은 전형적인 불안한 개의 모습이다.
최근 개를 위한 전용 TV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은 ‘도그(DOG)TV’ 채널을 방송하고 있다. 싱글족,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에 홀로 남겨지는 반려견들이 많아졌다. 미국내 4300만마리(전체 중 57%)의 개가 하루 5시간 이상 집에 홀로 남겨진다. 이들의 정신적 불안과 외로움·스트레스를 해결해주고, 적절한 자극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 방송이 도그TV다.
영상은 100% 개들에게 맞춰 제작됐다. 개는 기본적으로 색깔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고 가까운 것보다 먼 곳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로 알려졌다. 개 시각에 맞게 명암과 밝기, 색상을 보정했고, 개들의 민감한 청각에 맞춰 음악 및 주파수를 조정했다.
이를테면 영상의 색상을 단순화하고, 물체를 좀 더 크게 찍었다. 들판을 마음껏 뛰어놀거나 주인과 함께 바닷가를 뛰는 강아지를 보여주며 자극하기도 한다. 개가 정적인 이미지보다 움직이는 이미지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 저녁 시간에는 정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주로 배치했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피아노 소리는 50~70bpm 속도로 맞췄다. 이 속도에서 개의 불안행동의 70%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람 눈과 귀로 시청하면 이상할 수 있지만 개에게는 최적화된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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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효과는 어떨까. 사람처럼 개도 종류에 따라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다만 대체로 스트레스가 평소와 달리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도그TV를 신청한 이지은(34) 씨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방송에 집중하지 않지만 점차 방송을 즐기는 것 같다”면서 “사람처럼 졸다가 깨면서 TV를 보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도그TV는 한달에 월8000원(부가세 별도)의 정액제 상품이다. 케이블방송 전체를 시청해도 월 1만원 미만의 요금인데 방송채널 1개가 맞먹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는 매일 100~200명의 가입자가 늘고 있다. 씨앤앰은 국내 개들에 특화한 ‘해피독TV’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국내 애견산업 규모는 지난해 2조 원 규모에서 2020년 6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1인 가구가 늘고 저출산 현상에 맞물리면서 도그TV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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