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일동제약, 성과는 없고 상처만 남긴 R&D…건전성 ‘빨간불’

일동제약, 부채비율 251%…차입금의존도 42%
규모 대비 무리한 R&D 탓…매출서 18.9% 차지
연구개발 투입자금은 ‘A’급 성과는 ‘BBB’급
  • 등록 2024-02-15 오전 7:03:46

    수정 2024-02-15 오전 7:03:46

일동제약 양재동 사옥 전경. (사진=일동제약)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일동제약(249420)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규모 대비 무리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지속가능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재무상황이 악화됐더라도 연구개발에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면 다행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4분기 흑자전환이 아픈 손가락인 R&D 조직을 떼어내 얻은 결과고, 이는 곧 연구개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일동제약을 둘러싼 우려는 더 높아지고 있다.

R&D 욕심에 재무부담 가중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50.7%로 전년 동기 234.3% 대비 16.4%포인트(p) 상승했다. 통상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 기준이 200%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동제약의 재무건전성은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외부 자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1.6%로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는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일동제약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과도한 R&D 투자의 결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동제약이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의 R&D 비용 지출을 유지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고, 재무부담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동제약이 R&D에 투입한 비용은 84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9%를 차지했다. 이 영향으로 일동제약은 대규모 R&D 투자가 시작된 지난 2021년부터 적자에 늪에 빠졌고, 이후 12분기 동안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R&D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환사채 1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차입금 부담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양재동 사옥을 담보로 300억원을 단기차입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788억원에 달한다. 반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999억원 대비 36.3% 줄었다.

기다릴 필요 있다지만 성과 미미한 수준

문제는 재무건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사활을 걸었던 R&D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의 제약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R&D 개발 실적은 비우량등급인 ‘BBB’에 해당된다. R&D투자가 비교적 높은 A등급에 해당되는 점을 고려하면 일동제약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내는데 보통 4~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쇄신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일동제약의 현금창출력이 극도로 저하된 만큼 단기간 내에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악화된 재무건전성이 현금창출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향후 성장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영업적자로 미흡한 현금창출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부 부족 자금에 대한 외부 차입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이 당장은 없어 보이지만 경상적인 자본적지출 부담이 존재한다”며 “향후 차입부담 확대 여부 및 이에 따른 재무구조 변동에 따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동제약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149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 감소했다. 일동제약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은 13개 분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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