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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그는 공범인 B씨에 범행 보름 전부터 연락해 ‘죽은 개를 처리할 일이 있다’, ‘조만간 부를 테니 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신 유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둔 것이다.
2017년 9월 20일 새벽, 구씨는 새벽에 퇴근하는 피해자에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피해자의 집까지 들어간 그는 피해자를 마구 폭행하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다. 피해자가 일부 통장의 비밀번호를 실토하자 그를 목 졸라 살해한 구씨는 집에서 귀금속과 신용카드, 통장도 훔쳤다.
구씨는 범행 후 이틀 만에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340만원을 인출하고, 집에 있던 귀금속도 장물로 팔아 현금화했다. 그는 이 돈으로 ‘커플링’을 구매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바로 다음날 그의 신용카드로 횟집 외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에는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기도 했다. 다만 피해자의 전세 보증금이 들어 있던 통장은 비밀번호가 달라 사용할 수 없었다.
구씨의 잔혹한 범행은 9월 26일 한 낚시꾼이 부산항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며 발각됐다. 당시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드라이기로 수시간 동안 말린 뒤 지문을 채취하는 등 신원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피해자와는 과거 연인 사이이며,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 역시 “강도살인 범행의 불량한 동기, 반인륜성, 치밀한 계획성, 범행 뒤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생활을 하면서 살해한 피해자 카드를 태연하게 사용한 점과 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공범인 B씨에는 시신 유기 혐의로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