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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179억원으로 줄었던 제넥신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에 유상증자 대금(852억원)이 납입되면서 83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2분기 제넥신의 현금성자산은 595억원으로 1분기 만에 현금 235억원(28.2%)이 고갈된 상태다. 여기에는 연구개발비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비용 증가에 따른 급속한 현금 고갈은 제넥신이 유상증자를 단행하기 전에 한 약속과 어긋난다는 평가다.
제넥신은 지난해 9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같은해 11월 주주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홍성준 제넥신 부사장(현 대표)은 “지난 4년과 앞으로의 4년은 다를 것”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800억원씩 쓸 것인가 하면 그건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증으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에는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제넥신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초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고 밝혔다. 기존 부서를 바이오연구소(BRI), 임상개발실, 기업개발부(corporate development), 재무관리부 등 4개로 통합했다. 우정원 사장, 박현진 부사장, 홍성준 대표 등 3명의 고위 임원이 4개 부서를 총괄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이 퇴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넥신의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223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2분기 기준으로는 1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27%나 늘었다. 이는 최근 3년간 감소 추세였던 연구개발비가 올 상반기 들어 23.8%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X-E4’ 임상 3상과 신규 물질 개발 때문에 연구개발비 ↑
제넥신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이유는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4’ 임상 3상과 신규 물질 개발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GX-E4는 지난 6월 글로벌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쳤다. GX-E4의 글로벌 임상 3상이 본격화되면 이에 따른 연구개발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넥신은 유증 대금 중 180억원을 GX-E4 임상 비용으로 확보해뒀다. GX-E4는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 1차 신약허가서(BLA)를 제출했기 때문에 빠르면 이달, 늦어도 올해 안에는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넥신은 내년에 GX-E4의 국내 허가 절차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넥신은 최근 추진 중인 신규 물질 개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존 파이프라인 상용화 이후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넥신의 신규 물질 개발은 바이오연구소 내에 구축된 디스커버리팀에서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연구소는 디스커버리, 비임상, 세포 배양, 정제, 분석, 품질보증(QA)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발굴을 담당하는 부서라고 볼 수 있다.
제넥신은 해당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1~2개 신약후보물질을 기술도입(License-in)할 계획도 있다. 이를 위해 기업개발부에서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예산은 수십억원 규모로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술도입 이후 해당 신약후보물질은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되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증가할 염려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신규 물질 개발은) 여러 가지 물질들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좀 더 구체화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넥신은 올해 2분기에 정기예금을 170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은 2020년, 2021년 0원이었던 단기금융상품이 지난해 말 40억원으로 늘었다가 올해 1분기에는 다시 단기금융상품이 0원으로 돌아갔다. 올해 2분기에는 단기금융상품이 170억원으로 늘면서 1년 내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170억원 추가됐다.
제넥신 관계자는 “단기금융상품은 사실상 현금이므로 실제로 고갈된 현금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가용 가능한 현금은 765억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