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테오젠, 글로벌 빅파마 머크에 매각 임박

머크, 인수액 1조원 선제시 한 걸로 알려져
"알테오젠과 독점계약 논의 중 인수 이야기도"
  • 등록 2023-09-20 오후 12:56:35

    수정 2023-09-20 오전 11:49:32

이 기사는 2023년9월19일 10시56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시총 3조원대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196170)이 글로벌 빅파마 머크(MSD)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가 이뤄지면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사에 인수되는 국내 첫 바이오 벤처가 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제공= 알테오젠)


19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현재 머크에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지분을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알테오젠 지분 19.4%(6월 30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머크 측은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를 선제시했고, 알테오젠 측은 매각 희망 가격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 측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매각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알테오젠 밸류는 약 5조원으로 측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알테오젠 시총은 4조원에 임박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25%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준 셈이다. 주가로 산정해 본다면 알테오젠이 제시한 가격은 약 13만원, 머크가 제시한 가격은 약 10만원 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두 회사의 대리인 협상 기한은 올해 11월 말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올해 안으로 인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알테오젠과 머크는 오랜 파트너 관계다.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머크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플랫폼을 4조6000억원에 기술이전 했다. 비독점 계약이며, 판매에 따른 로열티가 정해진 계약이다. 즉 머크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알테오젠이 전체 계약금 4조6000억원 이외에 추가로 받는 금액은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이 계약을 독점 계약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자연스레 인수합병(M&A)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머크가 알테오젠을 인수하려는 건 SC 제형을 독점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알테오젠에 키트루다 SC 제형을 개발하려고 문의를 했는데, 이 내용이 머크에 알려지면서 독점계약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M&A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매각 논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공개매수를 하는 회사가 아닌 만큼 인수가 진행 중인지 아닌지에 대해 가타부타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빅파마에 매각되는 ‘첫’ 바이오 벤처되나

알테오젠은 제형 변화 플랫폼 기술과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갖췄다.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약물 전달 방식을 바꾸는 기술인 ‘하이브로자임’은 알테오젠의 원천기술이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을 미국 바이오 기업 할로자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SC 제형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4~5시간 맞아야 하는 IV 제형과 달리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5분 내로 주사할 수 있다. 알테오젠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알테오젠은 글로벌 빅파마에 이전된 첫 바이오 벤처가 된다. 특히 바이오 벤처 1세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박 대표는 LG화학 연구원,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역임한 뒤 2008년 알테오젠을 설립했다. 알테오젠은 2014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일각에서는 알테오젠의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알테오젠 창업자 박순재 대표는 1954년 생으로 이미 정년을 넘었고, 회사 내 또는 자녀 중 박 대표의 R&D를 이어 받을 마땅한 후임자도 찾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알테오젠은 매각 의사가 이전부터 있었던 회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리온(271560) 그룹이 지난 7월 알테오젠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했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리온은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등이 보유한 20%가량의 지분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알테오젠 측 내부 사정에 의해 최종 결렬됐다.

만약 이번 M&A딜이 결렬되고 독점 계약으로만 바뀌어도, 증권가에서는 알테오젠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규모가 수조원 대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머크는 키트루다 SC와 관련해 알테오젠과 비독점 계약 상태로, 독점 계약으로 변경되면 출시 후 2028년 연간 20조원 가정 시 매출액 달성 조건에 따라 수령되는 누적 마일스톤이 수조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테오젠은 이달 들어 독점 계약 변경 이슈 등으로 주가가 급등세다. 알테오젠 주가는 이달 1일 4만3750원(종가 기준)에서 7만400원으로 60.9%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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