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간 뒤 이틀 만에 시신이 된 30대女…'트렁크 살인' 전말[그해 오늘]

피해 여성은 복수 유인용…접촉 사고男이 타깃
공공장소서 불특정 여성 상대로 범행
  • 등록 2024-09-20 오전 12:00:10

    수정 2024-09-20 오전 12:00:1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15년 9월 20일. 일면식 없는 30대 여성을 마트에서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차량 트렁크에 넣어 불을 지른 김일곤 ‘트렁크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2015년 9월 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김일곤(당시 48세).(사진=뉴스1)
사건은 2015년 5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일을 하던 김일곤(당시 48세)은 20대 초반의 남성 A씨와 접촉사고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사건은 결국 폭행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김씨는 반대로 A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A씨가 일하는 노래방 업소를 3개월간 7차례나 찾아가 “벌금(50만 원)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흉기를 들고 찾아가 A씨를 위협하기도 했다.

김씨는 감정싸움이 격해지자 A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노래방에서 일하는 A씨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가장한 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여성을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경기 고양시 한 대형마트 주차장을 세 차례 방문한 김씨는 주변을 서성이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8월 24일 오후 이 마트에서 30대 여성 납치를 시도했지만, 여성이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려 실패했다.

보름 뒤인 9월 9일 김씨는 충남 아산의 마트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려던 여성 B(당시 35세)씨를 흉기로 위협해 납치했고 차량을 직접 운전해 마트를 빠져나왔다.

납치 도중 B씨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김씨는 천안의 한 야산에 차를 세웠다. 그러나 B씨가 도주를 시도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B씨의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옮겼다.

범행 뒤 전국을 돌아다니던 김씨는 삼척시 한 공원 주차장에서 B씨의 시신을 훼손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11일 김씨는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 B씨의 시신이 실린 차량을 버리고 증거인멸을 위해 차량에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당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 후 차 트렁크에서 B씨 시신을 발견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B씨의 차량이 발견된 인근 현장 폐쇄회로(CC)TV에 등장한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검거에 나섰지만, 전과 22범이었던 김씨가 선불폰을 사용하며 도피해 체포하는 데 실패했다.

성동경찰서가 사건 발생 당시 배포했던 수배 전단.(사진=뉴스1)
범행 엿새째까지 김씨의 행방을 쫓지 못하자 경찰은 현상금 1000만 원을 걸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런데 공개수배로 전환된 지 나흘만인 17일 오전 10시경 서울 성수동의 한 종합동물병원 간호사로부터 “흉기를 들고 한 남성이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곳에서 김씨를 발견했다.

2015년 9월 17일 서울 성동구 한 동물 병원 인근에서 체포된 김일곤(당시 48세).(사진=YTN 캡처)
당시 간호사에게 “애완견을 안락사할 수 있는 약을 달라”고 난동을 피우던 김씨는 경찰의 검문에 흉기를 들고 강하게 저항하다 오전 11시 5분경 체포됐다. 시신이 발견된 지 8일 만이다.

경찰서로 압송된 김씨는 취재진에 “난 잘못한 거 없고 더 살아야 돼”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검거 당시 김씨에게서 20대 남성 A씨를 포함한 의사, 형사, 판사 등 28명의 이름과 직업 등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씨는 해당 명단에 대해 “그동안 자신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납치한 여성을 노래방 도우미로 가장해 노래방에서 일하는 A씨를 유인하려고 했다”며 “여성이 내 말만 잘 들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차량과 휴대전화만 훔칠 생각이었지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여성이 계속 도망가고 차 문을 두들기며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를 질러서 목 졸라 죽였다”고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범행 후 전국을 돌아다닌 것에 대해선 “B씨의 운전면허증 주소가 경남 김해인 것을 보고 죄책감이 들어 김해 근처에 묻어주겠다는 생각에 갔다”고 말했다.

검거 당일 서울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에 찾아간 이유에 대해선 애완견 약을 구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열린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김씨는 “그렇게 안팎으로 저를 모함하고 음해했으면 사형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사형을 달라”고 항의하다 법정에서 끌려나갔으며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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