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면 바로 수출” 中 전기차 가격·물량 공세, 대응책 있나

[중국 전기차 한국 진출 본격화] 中 선전 본사·공장 방문
내연차보다 부품 적고 자동화 적용, 수출까지 일사천리
中 1000만원대부터 판매, 韓 전기차보다 가격 낮을 듯
美·EU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한국도 대비 필요해
  • 등록 2024-11-25 오전 12:00:00

    수정 2024-11-25 오전 12:00:00

[선전(중국)=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남쪽 광둥성 선전시 공항에서 차를 타고 두시간 가량 이동하니 BYD(비야디)의 거대한 생산공장에 도착했다. 부지 입구에 들어서자 왼편에 들어선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 개발이 완료되고 생산능력도 최대치에 달하면 3만6000여명이 일하게 되는데 이들이 묵는 기숙사라는 게 BYD측 설명이었다.

BYD 본사와 약 100km 떨어진 선산 공업단지는 2021년 9월 약 353만㎡ 대규모 부지에 조성됐다. 총 250억위안(약 4조8400억원)이 투입돼 1단계 구아부, 2단계 샤오모 공업단지가 건설돼 BYD의 핵심 부품과 완성차를 생산 중이다. 곧 한국 진출을 앞둔 BYD 자동차의 생산 공장과 본사를 지난 21~22일 둘러봤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BYD 선산 공업단지의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BYD)


상반기만 R&D 3.9조원 투자, 수출 기지도 세워

선산 공업단지는 수십개의 공장들이 밀집해 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한 개의 공장 면적이 약 10만㎡ 이상으로 축구장 십수개 정도 들어설 만한 넓이다. 높이는 4층 아파트 정도가 됐는데 이곳에서 수많은 기계와 직원들이 부품 생산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최종 단계 공정인 조립 공장에서는 자동차 껍데기가 10개의 주요 라인과 270여개의 작업장을 거치면서 완성차로 탄생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직원들은 라인을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자동차에 붙어 전기 배터리와 타이어 등 주요 부품을 부착하고 있었다. 부품 개수가 내연기관차(약 2만개)의 절반 수준인 전기차 특성상 상대적으로 작업 속도가 빨라 보였다.

현장에 동행한 BYD 관계자는 “필수 부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동화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곳에서만 1500개 이상의 부품이 조립되는데 하루에 약 1000대에서 1250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은 대부분 내수 시장에 판매되지만 일부는 곧장 수출용 선박에 실리기도 한다. 공장 부지 인근에는 샤오모항이 위치해 5분만에 운송이 가능하다. 지난해 샤오모항에서 수출된 자동차는 2만대로 선전시 전체 차량 수출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올해는 1분기만 1만4400여대를 수출했으며 연간 최대 10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산 공업단지가 BYD의 남부 생산 거점이자 해외 수출 기지이기도 한 셈이다.

이튿날 BYD 본사에 마련된 전시관에선 회사의 최신 전기차 기술 현황을 볼 수 있었다. 전시관 한쪽 벽엔 BYD가 지금까지 받은 특허 증서들이 한쪽 면을 가득 채웠다. BYD가 보유한 특허는 4만8000건이 넘는다는 게 현지 직원의 설명이다.

BYD 핵심 기술인 블레이드(중국명 다오펜) 배터리가 눈에 띄었다. BYD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이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방식인데 셀을 촘촘하게 배열해 모듈 형태가 아닌 곧바로 팩으로 만들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이밖에도 배터리 발화 실험실, 지능형 차체 제어 시스템, 전력 반도체, 슈퍼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BYD의 다양한 기술이 전시됐다.

비야디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에 투입한 금액은 202억위안(약 3조91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BYD 본사 전시관에서 직원들이 제품과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BYD)


초저가~고가 라인업 구성, 국내 판매가 아직 미정

꾸준한 R&D와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춰 중국 시장을 장악한 BYD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BYD의 지난해 신에너지차 수출 규모는 24만2765대로 전년대비 334%나 성장했다. 사실상 수출의 원년인 셈이다.

유럽과 남미, 일본 등에 이어 BYD가 내년 진출 시장으로 지목한 곳은 한국이다. BYD 본사에서 만난 관계자는 “한국에서 파트너들과 함께 사업 운영에 대해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내년 1월에 (승용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BYD는 △왕조(기본 모델 중심) △해양(젊은층 대상) △팡청바오(개인 맞춤형) △덴자(다임러 합작 고급 브랜드) △양왕(프리미엄 브랜드)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싸게는 1000만원대부터 2억원대까지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보유했다.

왕조 브랜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7만9800위안(약 15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양 브랜드의 중형 세단 ‘씰’은 13만9800위안(약 2710만원)부터 판매된다.

이들 차량의 국내 판매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관세와 유통비용 등을 감안할 때 2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비슷한 체급인 현대차(005380)의 코나EV, 니로EV 등은 4000만원대부터 판매되고 있다.

중형 SUV 모델인 팡청바오의 ‘바오5’는 중국에서 23만9800위안(약 464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보다 체급이 낮은 국내 준중형 SUV 아이오닉5이 4700만원대부터임을 감안할 때 가격 경쟁력은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BYD 관계자는 “아직 (한국) 판매 가격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무풍지대였다. BYD를 기점으로 가격과 물량 공세를 갖춘 업체들이 국내 진출할 경우 입게 될 타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은 이미 대응에 나선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각각 100%,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BYD 선산 공업단지 전경. 왼쪽에 직원들이 묵는 거대한 주거단지가 조성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BYD 선산 공업단지에서 차량이 조립 공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B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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