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먹는게 남는 것”…PEF에 팔리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모든 F&B 아닌 '될성부른' F&B에 주목하는 PEF운용사
브랜드력 강하지만 사업 확장 어려움 겪는 곳이 타깃
업종만 봐선 안 돼…자칫 '눈물의 손절' 전개될 수도
  • 등록 2021-11-05 오전 1:00:00

    수정 2021-11-05 오전 1:00:00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옛말이 자본시장에서 돌고 도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인지도 있는 식음료(F&B) 프랜차이즈가 매물로 나오기만 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우선 참여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달려들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F&B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브랜드력은 갖추되, 사업 확장 및 기업 체질 개선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곳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다. 단순히 업종만을 보고 달려 들었을 때 관련 매물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해 ‘눈물의 손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내외 PEF, F&B 프랜차이즈 인수 ‘눈독’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PEF운용사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에 힘입어 F&B 프랜차이즈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PEF운용사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의 반올림피자 인수다. 오케스트라PE는 최근 반올림피자를 운영하는 반올림식품 지분 88.3%를 인수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를 설립했다. 인수 금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회사는 앞으로 브랜드 확장과 경영관리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반올림피자는 대구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약 300개의 가맹점이 있다. 반올림피자는 핵심 재료를 자체 제조하고 있고, 지난해 자체 주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한편 소셜 플랫폼과의 협업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F&B 프랜차이즈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강원 강릉에 본점을 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학산 지분 35%를 7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테라로사는 공장형 커피숍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브랜드로, 커피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줘 인기를 얻었다.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 3대 PEF 운용사 칼라일그룹도 지난 10월부터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인 인수조건을 조율한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투썸플레이스는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과 함께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브랜드다. 애초 CJ푸드빌의 한 사업부였지만, 지난 2018년 앵커PE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실적은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기준 투썸플레이스는 매출액 3654억원, 영업이익 388억원을 냈다.

그냥 F&B 아닌 ‘될성부른 F&B’ 찾는 PEF

IB 업계는 PEF운용사들이 일반적인 F&B 프랜차이즈에 일일이 눈독을 들이기보다는 ‘될성부른’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F&B 업종 자체가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기는 하지만, 확고한 브랜드 기반의 충성고객 유무 여부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물을 품에 잘못 안을 경우에는 자칫 포트폴리오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면서 ‘눈물의 손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지난 2011년 보쌈·부대찌개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놀부’를 1100억원대에 인수한 모건스탠리PE는 지속되는 사업 부진으로 엑시트(exit)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실제 놀부 매출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31억원, 영업적자 41억원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놀부의 전성기 시절 매출액(1200억원 수준)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모건스탠리PE는 최근 삼천리ENG외식사업부(SL&C) 등과 놀부 매각을 논의하고 나섰지만, 인수 측과의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될성부른 F&B 매물을 품에 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국내 PEF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앞서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70%를 360억원에 매입해 2019년 이를 3500억원에 미국계 PEF운용사인 TA어소시에이츠에 매각했다. 일본 사업권과 대만 본사 경영권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세계 공차 브랜드를 공차코리아로 통합시키는 일종의 ‘볼트온 전략’을 펼치며 기업 가치를 부풀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즌별로 색다른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며 충성 고객도 빠르게 늘려 갔다.

국내 IB 업계 한 관계자는 “F&B 분야는 브랜드력에 비해 글로벌 사업 확장 및 체질 개선 등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이런 곳이 PEF운용사 품에 안기면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타 업종 대비 수월하게 기업 체질을 개선하며 가치를 불릴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이 되는 상황”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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