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알리글로’+‘헌터라제’ 양날개 펴고 매출 급성장 예고

  • 등록 2024-12-18 오전 11:25:36

    수정 2024-12-16 오전 10:17:11

이 기사는 2024년12월16일 9시2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GC녹십자가 면역글로불린 제품 ‘알리글로’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내세워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실적 역성장했던 녹십자, 올해부턴 반등할까?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006280)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021년 1조5378억원→2022년 1조7113억원으로 늘어났지만 2023년에는 1조6266억원으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7억원→813억원→3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7%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은 4.8%에서 2.1%로 뚝 떨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고수익 제품인 헌터증후근 치료제 ‘헌터라제’의 수출이 꺾이고 독감 백신의 내수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독감 백신 ‘지씨플루’는 경쟁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셀플루’ 공급을 재개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었다. 혈액제제 원료인 혈장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도 수익성을 떨어트린 요인이었다.

녹십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390원, 영업이익은 42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3.4%로 지난해(2.1%)보다 1.3%p 개선됐다. 증권가에선 녹십자가 올해 매출 1조7055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 1조8904억원, 2026년 매출은 2조816억원으로 매출 2조원대에 접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이면 구조적 턴어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은 그 만큼 알리글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헌터라제의 수출 정상화와 신규 백신 출시도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글로, 美 시장 공략 본격화

녹십자는 지난 7월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 자회사(GC Biopharma USA)를 통해 출시했다. 올해 3분기 미국법인의 알리글로 매출은 300억원을 기록하며, 출시 첫 해 목표치 5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향 혈액제제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누적 4700만달러(약 672억원)로 집계됐다.

알리글로 제품 패키지(IGIV 10%) (사진=GC녹십자)
녹십자는 2028년까지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3%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허가범위 외 사용(Off-label) 처방 확대로 공급 부족에 처해있다. 오프라벨 처방에도 보험 급여가 가능하고, 브랜드가 아닌 성분 처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후발업체들이 유리한 형국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발 주자인 ADMA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1억1980만달러(한화 약 284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며 “녹십자 역시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녹십자는 미국 내 혈액원도 인수해 원료 확보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혈액제제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녹십자는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혈액원 운영 업체 ABO홀딩스 지분 전량을 138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ABO홀딩스는 미국 뉴저지와 유타, 캘리포니아 등에서 6곳의 혈액원을 운영 중이다. 텍사스주에서도 혈액원 2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녹십자의 알리글로 원가가 개선,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원가 개선 효과는 총 8곳의 혈액원이 온전히 알리글로 생산에 집중하는 2026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녹십자는 2033년까지 알리글로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지 파트너사 없이 직접 판매 중이기 때문에 판매망 구축이 완료되면 이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혈액원 인수가 완료되면 증권가의 알리글로 예상 매출치도 일제히 상향될 전망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알리글로의 미국 수요는 예상보다 폭발적이나 이에 걸맞는 혈액원 확보가 준비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2025년 알리글로 연매출을 보수적으로 1548억원으로 추정했다”며 “혈액원 인수가 완료될 경우 알리글로의 2025년 연매출을 즉시 상향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헌터라제와 신규 백신으로 수익성 ↑

녹십자의 고마진 제품인 헌터라제도 점차 수출이 정상화되는 모양새다. 헌터라제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실적 기여도가 높은 고수익 제품이다.

헌터라제 수출액은 2021년 322억원, 2022년 50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288억원으로 급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집트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올해 3분기 헌터라제 매출은 153억원을 기록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 연방보건부로부터 뇌실 내 투여 방식의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CV’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무기도 장착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삽입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중추신경 증상을 개선시키는 전 세계 유일한 방식의 치료법이다. 녹십자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았던 중증형 헌터증후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남자 어린이 10만~15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의 전 세계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율은 약 70%에 달한다.

신규 백신도 녹십자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지 기대된다. 녹십자가 정부와 공동 개발한 탄저 백신 ‘GC1109’은 연내, BCG 백신 ‘GC3107A’은 내년 초 허가가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신규 백신 출시에 따른 매출은 약 300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신규 백신들은 수입에 의존해왔던 품목들이기 때문에 백신 주권 확보와 국가 공중보건 안보 증진을 위해 정부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예측된다. 녹십자는 GC1109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바로 생산 가능하도록 준비해둔 상태다. GC3107A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있는 피내용 BCG 백신이다. 단 정부가 어느 정도 값을 지불할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탄저 백신과 BCG 백신은 국책과제로 추진해온 것”이라며 “수익성보다는 공익성 차원에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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