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권의 공약가계부 '칼질' 유감

  • 등록 2013-06-03 오전 6:10:00

    수정 2013-06-03 오전 6:10:00

[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방 공약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규모가 다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해당 지방자치들로부터 압박을 맞자, 벌써 말을 바꿀 조짐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박근혜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살림살이 계획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작성된 ‘공약가계부’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 박근혜정부 140개 국정과제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134조8000억원의 재정지원 계획을 담았다.

하지만 11조6000억원의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삭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지자체가 한목소리로 공약가계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급기야 이날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달 중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추가로 발표하겠다는 내용의 후속조치를 내놨다. 이미 내뱉은 SOC 중심의 지역공약은 100% 실행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역 공약은 계속사업뿐 아니라 신규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지자체·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약가계부를 내놓은 첫날부터 판을 뒤집을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문제는 SOC 예산 감축을 대신할 세출 구조조정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려 정부는 아예 새로운 가계부를 써야 할 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공약가계부를 원안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공약가계부 발표 첫날부터 이곳저곳 손질할 가능성을 내비쳤으니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정과제를 실천하고 필요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인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공약가계부는 발표 첫날부터 위험요인에 직면했다. 정치권의 압박과 정부의 무소신으로 새 정부 5년의 공약가계부가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