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약가계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해당 지방자치들로부터 압박을 맞자, 벌써 말을 바꿀 조짐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박근혜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살림살이 계획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작성된 ‘공약가계부’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 박근혜정부 140개 국정과제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134조8000억원의 재정지원 계획을 담았다.
하지만 11조6000억원의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삭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지자체가 한목소리로 공약가계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역 공약은 계속사업뿐 아니라 신규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지자체·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공약가계부를 원안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공약가계부 발표 첫날부터 이곳저곳 손질할 가능성을 내비쳤으니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정과제를 실천하고 필요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인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공약가계부는 발표 첫날부터 위험요인에 직면했다. 정치권의 압박과 정부의 무소신으로 새 정부 5년의 공약가계부가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