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5월 말 이후 과방위는 줄곧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 4법을 강행 처리했다. 방통위원장들을 겨냥한 탄핵소추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이진숙 현 위원장은 직무정지 상태다. 방송장악 청문회도 세 차례나 열렸다. 그동안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등 시급한 과학기술 현안은 서랍 속에 묻혔다. 25조원 규모의 과학 분야 연구개발(R&D)예산 심사도 외면받고 있다.
어느 상임위든 여야 간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싸울 땐 싸우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과학기술’을 팽개친 과방위는 그 선을 넘어섰다. 6월 하순 국회에서 열린 ‘AI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한 AI 전문가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방송법 때문에 과학기술 입법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으로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오겠는가. 제약 전문가인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과방위에서 방송을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달 중순 발의했다. ‘미디어위원회’라는 별도의 상임위를 신설해 방통위 업무를 그 아래 두자는 내용이다. 방송 때문에 과학이 망가져선 안 된다. 여야는 과방위 분리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