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2019년 300억원과 25억원, 2020년 125억원과 45억원 적자, 2021년 92억원과 97억원 적자. 2022년 78억원과 263억원 적자.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의 최근 4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실적이라면 누가 봐도 위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숫자다.
현대바이오의 모태는 현대전자다. 2000년 분사해 정보기술(IT) 사업에 주력하다가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했다. 다행히 원천기술에 기반한 화장품이 큰 성공을 거뒀고, 이를 바탕해 신약개발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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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서 나온 수익...제프티 개발에 대부분 투자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신약개발에 대한 현대바이오의 진심을 의심했다. 태생이 바이오기업이 아닌 회사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에서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투자의 신뢰성, 대주주의 진정성, 기술의 가능성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남의 돈으로 연구개발(R&D)하면서 좀비기업이 된 일부 ‘1세대 제약·바이오’보다 오히려 더 진실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역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매출액이 2020년 감소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화장품을 중심으로 수익사업을 영위했던 탓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며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로 인해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해 260억원대까지 늘어났다. 현대바이오로서는 ‘영광의 상처’다. 사업이 부실하다는 외부 비판이 진실에서 빗겨나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화장품 부문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해 현대바이오의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못 미치지만, 150억원을 다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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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씨앤팜, 신약 개발 적극 지원...글로벌 바이오 기업 성장 목표
이처럼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주주가 있다. 현대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씨앤팜(12.52%)이다.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0.06%) 등 경영진도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나, 기타법인과 개인투자자(87.64%) 비중이 월등히 높다.
현대바이오 미래에 대한 결정은 씨앤팜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특히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씨앤팜의 3대 주주(10.25%)인 최진호 박사다. 그는 현대바이오의 핵심 연구진이기도 하다. 현대바이오의 원천기술인 약물전달기술(DDS)의 개발자로 일본 동경대 재료공학 박사, 독일 뮌헨대학교 무기화학 박사 등의 이력이 있다. SCI급 논문만 600여건을 저술했다. 씨앤팜이 현대전자에서 분사 후 신기술 확보 등 오늘날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선구안이 큰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 하루아침에 현대바이오가 치고 나온 것처럼 알고 있지만, 오랜 숙성 끝에 결실을 얻게 된 것이다.
현대바이오는 올해 제프티 긴급사용승인 신청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실적이 가시화되며,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현대바이오를 이끌고 있는 오상기 대표가 꾸준히 추구해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의 첫 단추를 끼울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바이오는 그의 주도 아래 지난해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와 공동개발이라는 대성과도 이뤄냈다.
오 대표는 업계에서 ‘글로벌 통’으로 일컬어진다. 미국 조지타운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지 법률사무소 등에서 일하며, 다양한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편집기자협회 고문변호사, 정보통신부 벤처자문위원, 중소기업청 벤처경영지도위원을 역임했다.
현대바이오관계자는 “올해 주요 파이프라인의 성과에 기반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을 것”이라며 “제약 부문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게 되면 흑자전환은 물론 실적의 더블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