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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웃돈 실업률…美 고용시장에 부는 ‘찬바람’
지난주 내내 박스권 흐름을 보이던 환율은 주 후반 큰 변동을 보였다. 우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서 약 두 달만에 1360선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고용·제조업 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돌연 고개를 들자 장중 1377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비교적 탄탄하게 버티던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단 불확실성에 시장엔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에 버티던 달러화 가치는 2일 나온 실업률 충격에 약세로 돌아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4.3%(4.25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4.1%)보다 0.2%포인트 올랐고, 시장 전망치(4.1%)도 웃돌았다. 실업률은 4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3개월 실업률 평균은 12개월 최저치보다 0.53%포인트 오른 4.13%까지 상승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제가 불황에 빠진다는 이른바 ‘샴의 법칙(Sahm‘s Rule)’에 들어맞게 됐다.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건 증가에 그쳤다. 월가 전망치 17만5000건을 비롯해 12개월간 평균치(21만5000건)에 훨씬 못 미쳤다. 임금상승률도 둔화했다. 인플레이션 지표로 주목받는 시간당 평균 수입은 전달대비 0.2%,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이는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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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3.155까지 떨어졌다. 올해 3월13일(102.792) 이후 최저치다. 달러 약세에 원·달러 환율도 급락했다. 서울외국환중계에 따르면 환율은 3일 야간 거래에서 하락 전환하며 1356.0원(새벽 2시 기준)으로 마감했다. 지난 2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371.2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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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던 美 경기 침체 오나…“베이비스텝으론 안돼”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연구위원은 “미 경기가 탄탄한 모습을 보일 때는 ‘보험’ 성격으로 생각되던 연준의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대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에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때 시장이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도 “연준의 무게추가 물가에서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성장의 한 지표인 고용이 안 좋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의 속도와 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존에는 연준이 이르면 9월 25bp 인하를 시작으로 연내 기준금리를 75bp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9월에 ‘빅스텝’(50bp 인하)을 밟아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도 시장의 관심은 미국을 비롯한 경기 판단 지표와 연준의 금리 인하 관련 발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일에는 미국 7월 ISM 서비스업지수가 발표되며, 6일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7일에는 중국 수출입이 나오고, 9일엔 중국 지난달 물가지수 발표와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연설이 있다. 최근 원화 가치와 연동되는 엔과 위안의 흐름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 경기가 예상 외로 경착륙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포로 바뀌면서 외환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