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상반기 누적적자만 13兆인데…고물가에 전기료 인상 딜레마

증권가, 2분기 한전 5조원 이상 적자 추정
작년 연간 적자 맞먹는 역대급 적자 규모
`한전 재무악화 걱정` vs `물가 상승 부담`
정부, 전기요금 인상 여부 20일까지 결판
  • 등록 2022-06-19 오전 8:22:05

    수정 2022-06-19 오후 8:57:48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한국전력(015760)이 2분기에도 5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해 올 상반기 누적 적자 규모가 13조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한 가운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결과는 21일에 나온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한 빌라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5조3681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5조8601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6개월 전만 해도 증권사들은 한전이 2분기에 2조572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지만, 경영 여건 악화로 2배 이상 적자 폭을 늘렸다. 이미 올 1분기 7조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3조1550억원의 적자가 쌓일 전망이다.

한전의 적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한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기준가(SMP)는 지난 4월에는 역대 최고인 202.11원/㎾h(킬로와트시)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한전이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파는 가격인 전력판매단가는 115원/㎾h 수준에 그쳤다. 심할 때는 ㎾h당 202.11원에 전기를 사들여 115원에 팔았다는 뜻으로, 팔면 팔수록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은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PG) 등 발전 연료비 급등으로 올 1,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상향을 요구했지만,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유보권한’을 발동한 정부에 의해 가로막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전은 지난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분기 조정 최대 폭인 ㎾h당 3원 올려야 한다는 요구안을 다시 제출했다. 산업부는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20일까지 조정 여부를 한전에 통보한다. 결과는 오는 21일 한전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산업부는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황을 우선순위에 두는 반면, 물가당국인 기재부는 6%대를 넘보는 고물가에 대한 고민이 커 전기요금 인상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그간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50% 이상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h당 3원을 올려도 최소한의 인상에 불과하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최소한의 전기요금 조정은 허용해야 전력산업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 △물가 상승 우려로 연료비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행 도시가스 요금처럼 미수금으로 계상해 추후 정산하는 방안 △총괄원가 방식의 전기요금 정상화 등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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