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업 출혈경쟁 사라질까…'민간대가 기준 법제화' 국회 첫 발

민간대가 법제화, 폐지 17년 만에 다시 국회로…
합격자 느는데 시장 정체, 저가수주→부실문제 이어져
"건축 설계비 3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져" 토로
법 통과되도 여전히 협의 가능, 시장 안착 쉽지 않아
  • 등록 2025-01-02 오전 5:00:00

    수정 2025-01-02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2만 5000명 건축사들의 숙원인 ‘민간대가 기준 법제화’가 국회 첫 문턱에 들어섰다. 2008년 관련법이 폐지된지 17년 만이다. 극심한 시장 포화, 이로 인한 저가수주, 건축 품질 저하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영진·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를 포함한 의원 13명이 ‘건축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9일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그간 공공부문에서 적용되던 ‘대가기준’을 민간부문에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 따르면 민간 건축물은 건축서비스 산업의 대부분인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달리 대가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건축사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기준이 없다 보니 과도한 가격경쟁·저가 수주, 이로 인한 담합 및 금품수수 등 부당공동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건축물의 현장 감리부실·안전사고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측에서는 이같은 출혈경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시장 규모 대비 건축사 수의 지속 증가를 꼽는다. 현재 건축사 수는 누적 2만 5000여명. 매년 1000여명이 새롭게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종 성장세가 멈추면서 소규모 건축사 사무소는 자체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다. 실제 전문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사의 평균 연봉은 4300만원(2022년 기준)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제 살 깎아 먹기식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사비의 10% 정도를 설계비로 책정한다. 하지만 국내는 이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가 수주 경쟁 탓에 민간 설계대가는 공공 설계대가의 약 10~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건축 설계비가 30년 전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민간부문의 경우 대가기준이 공공부문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민간대가 기준이 처음부터 없던 것은 아니다. 관련 기준은 1966년 제정된 이래 1993년까지 6차 개정을 거친 후 독과점 논란에 따른 대가기준 폐지, 재제정의 과정이 반복됐다. 이후 2008년 민간 대가기준이 완전히 폐지되며 건축설계 시장 혼란이 시작됐다.

협회 측에서는 그간 꾸준히 민간대가 기준 부활을 위해 움직였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진전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이슈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가 공공부문 ‘공사비 현실화’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해당 법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도 단기간에 민간대가 기준이 시장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률상 공공부문 대가기준을 준용(準用)하기로 했지만, 건축주가 협의를 통해 설계비를 더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법 통과 이후 대가기준이 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정책적 지원을 병행하겠다”며 “적정 설계비가 보장되어야 국민 안전과 건축사의 권익을 함께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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