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엔 8800만원, 지금은 5500만원..기준이 움직이는 거야?

OECD 중위소득 적용..차상위계층과 불과 100만원 차
국민 체감 중산층 연봉 5800만원과 격차 커 반발 불러
"소득 외 자산규모· 생활여건 반영 새 기준 만들 것"
  • 등록 2013-08-20 오전 6:10:00

    수정 2013-08-20 오전 6:10:00

[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가 국내 사정을 감안한 새로운 ‘중산층 기준’을 만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현행 중위소득 개념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으니, 자산규모와 생활여건 등을 감안한 새로운 중산층 개념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세(稅)부담을 지우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이 서민·중산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게 발단이 됐다.

중산층 논란 발단이 된 ‘연소득 3450만원’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현재 OECD 기준의 중위소득 규모는 국제 비교를 위한 지표일 뿐, 국내 중산층 범위를 파악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면서 “자산규모와 생활 여건 등 을 감안한 새로운 중산층 기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산층 기준 만들기에 착수한 것은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중산층의 소득 중간점을 3450만원으로 잡고, 그 이상 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거센 조세저항을 불러온 탓이다. 특히 연소득 3450만원이 상위 28% 소득자이고, 중산층의 소득 중간 수준이라는 정부 발표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 개념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평균 484만6000원은 벌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본다고 답했다. 연봉이 최소한 5800만원은 넘어야 중산층으로 본다는 의미다. 당시 조사에서 스스로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46%에 불과했다. 국민의 정반 이상이 스스로 빈곤층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13일 세제개편안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세부담 기준선을 총급여 5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중산층 기준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1 부동산대책 때는 연소득 6000만원 이하로,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세제개편에서는 과세표준액 8800만원을 중산층으로 잡는 등 중산층에 대해 ‘고무줄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차상위계층보다 100만원 더벌어도 중산층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중산층 범위는 OECD 기준의 ‘중위소득’ 개념이다. 이는 전체 가구소득의 중간점에서 50~150% 범위에 있는 가구를 중산층이라 일컫는 것으로, 이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중위소득 범위는 1인당 월소득 177만~266만원으로 잡힌다.

통계청에서는 이 기준을 사용해 매년 가계동향조사 소득분배지표를 발표한다. 식구가 4명이고, 총가구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가구원수 4명에 루트를 씌워 가구원 1명당 2500만원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 계산법을 썼을 때 3인 가족 기준은 연소득 1839만~5518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2124만~6372만원이 중산층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연소득 1900만원대인 차상위 계층(4인 가족)과 중산층의 연소득 차이는 100만원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차상위 계층은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바로 위 계층으로, 잠재적 빈곤계층으로 분류된다. 정부로부터 주거ㆍ의료ㆍ교육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는 차상위계층보다 기껏 100만원 더 버는 사람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더 내라 하니 어느 때보다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중산층 기준을 정립하려는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존 OECD 기준에서 쓰이는 소득 규모 외에 자산 규모, 생활 여건 등도 중산층 개념을 세우는데 데이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로운 중산층 기준을 국내 정책 활용의 기준점으로 활용하고, OECD 기준은 국제 비교 지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중산층 기준이라는 게 다른 나라에도 없는 개념이기에 새로운 기준점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연구소들과 함께 최대한 국내 실정에 맞게끔 중산층의 괴리감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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