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타이밍 놓칠라"…등록 지연에 예비 운용·자문사 울상

풍부한 유동성에 운용수요 증가
공모주 투자 위한 자문사 신청 많아
긴 대기줄에 속타는 등록 신청 업체들
"깐깐한 금감원 잣대 공감하지만 적체 풀어줘야"
  • 등록 2022-04-12 오전 1:30:00

    수정 2022-04-12 오전 1:3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020년 11월 법인 등기를 마치고 작년 5월 등록을 마친 G자산운용사는 설립 첫 해부터 소폭이지만 흑자를 냈다. 공모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으로 대박을 냈다. 그때만 해도 6개월도 너무 길다고 했지만, 지금 등록을 기다리는 운용사를 보면 일찍 나서길 잘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에 등록신청을 낸 I자산운용사는 올해 4월이면 정식 출범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운용사 등록에 필요한 인력 채용, 사무실 임대, 장비 구비 등을 다 마친 상태로 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등록공고가 나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증시가 주춤할 때 저가매수에 나설 기회인데 기다리다 기회를 놓칠까 걱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정책에 시중 유동성이 넘치면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등록공고까지는 하세월이다. 워낙 등록신청 서류가 쌓여 있는데다 이를 처리할 금융당국 인력은 제한적이어서 언제 운용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불법운용 피해를 겪은 데다 운용사가 난립할 경우 생길 문제가 상당한 만큼 등록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금융업에서는 특히나 시간이 돈인 만큼 금융당국이 심사 인력을 보강해 심사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돈 좀 굴려보자…200개 등록 대기 중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말 기준 2016년만 해도 등록 운용사와 자문사는 324개였지만 2020년 537개로 늘었고 작년에는 644개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에만 107개가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서도 1분기 동안 60개사가 추가로 등록해 작년 한 해 증가분의 56%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아직 대기줄이 200개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운용사와 자문사 설립 신청이 몰린 것은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워낙 많아 돈을 굴려보겠다는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산가들이 집안 자금을 운영하기 위해 패밀리 오피스 설립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수수료 내고 다른 운용사에 맡기느니 직접 설립해 운용해보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모주 투자다. 최근 2년간 공모주 시장이 흥행하면서 공모주를 받기 위한 투자자문사 설립이 늘었다.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을 할 때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배정된 공모주가 많기 때문이다. 올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공모주 열풍은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올해 컬리, 올리브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5월부터 수요예측 자격요건이 강화됐어도 운용규모 요건을 맞출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내부 보유현금이 많은 기업의 운용사 및 자문사 설립 수요도 있었고 패밀리 오피스 수요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공모주 투자였다”며 “자문사는 2억5000만원이면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돈 좀 있는 자산가들이 설립하고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벅찬 행정능력…“인력 보강해야”

그러나 밀려드는 등록 수요를 감당하기에 금융당국의 행정처리 능력은 벅찬 상황이다. 운용사와 자문사는 현재 등록제다. 지난 2015년 금융위가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꿨다. 등록을 위해서는 운용사나 자문사 법인등기를 마친 후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에서류를 갖춰 신청하면 된다. 금융위가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에 등록심사를 의뢰, 금감원이 등록요건을 심사한 후 심사의견을 금융위에 보내면 금융위가 등록사실을 공고한다.

병목현상은 심사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인력과 준법감시인 채용 사실부터 사무공간 확보나 전산장비, 보안장비 등까지 서류는 물론이고 현장실사까지 하다보니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설립 신고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당국 담당자와 통화하기도,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용사도 그렇지만 자문사 설립의 경우 무기한 기다리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자산운용인허가팀은 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등록 지연에 따른 불만을 해소하고자 최근에 한 명 보강한 것이다. 이들이 신규 등록 뿐만 아니라 겸영, 분리 등의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니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등록 신청은 40건이 좀 안되고 일임 투자자문사 등록신청이 상당히 많다”며 “자산운용인허가팀이 등록뿐 아니라 겸영, 분리 등의 업무까지 처리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밀려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인력보강을 통해 등록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등록하려는 운용사와 자문사가 너무 많다 보니 금융당국에서는 조금 속도 조절을 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 하고 라임이나 옵티머스 같은 사모펀드 사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나치게 등록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좀 풀어줄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은 올해 1월 등록과 겸용, 일임 처리 트랙을 분리하는 등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예비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미리 사무실을 구하거나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드는 지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류를 접수하면 심사일정 예고제도 도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프로세스 개선으로 등록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예고제로 인해 신청 회사들이 언제 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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