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퍼주기' 의기투합한 여야…재정준칙 미루고 예타기준은 완화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서 예타 기준 상향 의결
SOC·R&D 예타 기준 총사업비 500억→1000억
재정준칙 안건에도 못 올라…‘선심성 예산’ 우려
“예타 기준 상향, 선거에 활용될 가능성 높아”
  • 등록 2023-04-13 오전 5:00:00

    수정 2023-04-13 오전 5:28:47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이상원 기자]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이 쉽도록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할 ‘재정준칙’ 관련 법안 처리는 뒤로 미뤘다. 이대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 지역구에서 예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1000억원 미만의 ‘표(票)퓰리즘’ 사업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이날 사회기반시설(SOC) 및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국비 300억원→50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총사업비가 1000억원 이하인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사업은 예타 없이 추진 가능해진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여야가 잠정 합의한 후 추진했기에 본회의 의결까지 이견 없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타 면제 기준 상향은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반면 정부가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11~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 논의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했다. 재정준칙이란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4대 사회보장성기금) 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고, 만약 국가부채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으면 적자비율 2%까지 낮추는 내용이다,

당초 여야는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면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정준칙 도입과 연계해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 반대로 재정준칙 법제화 합의가 지연되자 예타 면제 기준 상향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재정준칙 법제화 추가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준칙의 한계선 없이 예타 기준만 완화해 상임위에 계류된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선심성 사업·공약을 남발해 재정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66조원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기업실적 부진에다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세수결손도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신동근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타 기준이 오래전에 만들어져 조정될 필요성은 있었으나, 지금 시점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은 내년 선거를 위해 활용할 여지가 크다”며 “재정준칙이라도 있다면 예산 지출의 제약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데 예타 기준만 상향하면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기준 상향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재량지출”이라며 “재량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재정준칙인데, 재정준칙 없이 통과되면서 재량지출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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