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타트업 M&A 시장 급랭, 벤처 생태계 위기 우려된다

  • 등록 2024-12-30 오전 5:00:00

    수정 2024-12-30 오전 5:00:00

올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이 2022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스타트업 M&A는 2022년 81건 2조 2894억원에서 지난해 39건 4501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32건 2231억원으로 더 줄었다. 금액 기준 시장 규모가 2년 새 9.7%로 급격히 축소됐다. 기업공개(IPO)와 함께 양대 벤처투자 경로인 M&A가 위축되면서 벤처 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매각을 추진하다가 아예 폐업을 결정한 스타트업이 늘어난 양상이 뚜렷하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3분기에 폐업한 스타트업은 144곳으로 2022년 연간 92곳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9곳보다 늘어났다. 운영 자금 고갈로 임금이 체불되면서 창업자와 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난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회사의 폐업 여부나 매각가격 결정을 놓고 창업자와 벤처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기존 투자자가 손실 최소화를 위해 회복 불능 상태의 스타트업을 존속시키려고 하거나 후려치기 매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 위축의 파장은 유니콘 기업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은 10억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2022년 7곳에서 지난해 4곳, 올해는 2곳으로 줄어들었다. 이달 초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729곳, 중국이 313곳, 인도가 61곳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것에 비해 훨씬 저조하다. 올해 전 세계에서 모두 110곳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으나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IPO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스타트업 M&A 시장까지 급랭하면서 벤처 생태계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약화된 한국 경제에 벤처 기업들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던 기대도 빛이 바래고 있다. 최근에는 탄핵 정국이 부른 경제 위기가 위협 요인에 추가됐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정부는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벤처 생태계 위기 극복도 중요한 국정 의제의 하나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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