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왕관 쓰러 가자’…투자 가속도 붙은 칼라일의 빅 픽쳐

[글로벌 PEF 운용사 패권 경쟁①]
칼라일그룹, 국내외 투자 가속도 눈길
이규성 대표 취임 후 색깔내기 본격화
글로벌 PEF 경쟁 속 우위 점하자 행보
현대적인 사모펀드 추구…방향성 주목
  • 등록 2022-01-13 오전 1:22:00

    수정 2022-01-13 오전 1:22: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 Inc.)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본토인 미국 시장은 물론 활동이 뜸하던 국내 시장에도 거액을 쏟아붓는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2020년 7월 단독 대표에 오른 이규성(57)씨의 투자 스타일이 본 궤도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스톤(Black Stone)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경쟁 구도인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미마저 읽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적인’(Modern)인 사모펀드로 재편하겠다는 그의 전략이 연내 어떻게 흘러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20년 7월 단독 대표에 오른 이규성(57)씨의 투자 스타일이 본 궤도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AFP)
칼라일, 이규성 색깔 내기 본격화

지난해 11월은 칼라일그룹에 의미 있는 시기로 꼽힌다. 글렌 영킨(54)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던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으로 ‘정치 신인’, ‘공화당 후보’라는 꼬리표에도 버지니아 주지사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그는 정계 입문 전까지 칼라일을 이끌던 수장이었다. 영킨은 20대에 칼라일에 합류해 약 25년간 칼라일에서만 근무했다. 칼라일그룹을 창업한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빌 콘웨이, 대니얼 다니엘로 등이 오랫동안 키워 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킨이 떠난 칼라일은 공동 대표에 있던 이규성씨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사모 투자사인 워버그 핀커스에서 2013년 칼라일에 합류한 뒤 이듬해인 2014년 한국 ADT캡스 인수(2조1000억원)에 참여하는 등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후 칼라일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블랙스톤·헬맨앤드프리드먼(H&F)과 컨소시엄을 꾸려 미국 의료용품 공급업체 메드라인인더스트리(Medline Industries)를 340억 달러(약 40조 48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미국 델(Dell)사(社)의 테크놀로지의 자회사 VM웨어 지분 매각(520억 달러)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거래였다.

칼라일은 영킨이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지난해 11월에는 애리조나와 아이다호, 오하이오 등에서 12개의 데이터센터를 소유·운영하는 데이터센터 회사인 ‘인볼타’(Involta)를 인수했다. 데이터 확대와 기업·기관 모델 디지털화 움직임에 따라 인볼타의 성장성이 여전하다는 게 인수 목적이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대적인 사모펀드 추구…향후 방향성 주목

칼라일은 ADT캡스 이후 7년 만에 국내에서도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물꼬를 텄다. 칼라일 아시아 지역 바이아웃 펀드인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V (Carlyle Asia Partners V)’를 통해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투썸플레이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앵커PE가 보유한 투썸플레이스 지분 전량으로 거래 가격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 10%를 6113억원에 인수하며 3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칼라일은 2020년 KB금융지주(2400억원)에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2200억원)에 투자하며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에 속도가 붙은 칼라일이 그리는 빅픽쳐(큰 그림)는 무엇일까. 이면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경쟁 구도 속 ‘투자(리스크) 없이는 소득(리턴)도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투자만이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미국 증시 상장 때만 해도 자웅을 겨루던 칼라일과 블랙스톤과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뉴욕 기반 금융 웹사이트인 인베스토피아(investopia)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자산운용규모(21년 9월 기준)는 6190억 달러로 칼라일(2560억 달러)의 2.4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KKR도 자산운용규모 2520억 달러에 달하며 턱밑까지 따라온 상태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봐야 한다. 블랙스톤도 최근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 회장을 블랙스톤 한국 회장으로 내정하며 국내 투자에 본격 시동을 건 상태다.

같은 시기 회사의 중장기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이규성 대표는 지난해 가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적이고 문화적인 사모펀드를 추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M&A 시장 전망을 묻는 말에 이 대표는 “전통 산업과 현대 기술이 교차하는 곳에서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며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융합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가 된 ESG를 논할 때 올바른 방식으로 수행하려면 문화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은) 투자처에 대한 비전이 더 중요할 뿐 한국계 인사와 같은 백그라운드(환경)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확실한 업사이드(상승여력)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투자를 집중적으로 선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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