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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원천기술이 강점인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손잡고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고, 내수 시장을 독점해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중국 업계는 ‘배터리 굴기’(우뚝 섬)를 무기로 턱밑까지 바짝 추격 중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051910)·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는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호(好)실적을 거뒀지만 글로벌 지위와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중국·일본계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거친 공세 속에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日·中 출하량 1위 놓고 ‘엎치락뒤치락’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 2분기 전지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2분기 매출은 2조 2480억원, 영업이익은 15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3.1%, 2696.5% 뛰어올랐다. 이중 전기차 배터리와 ESS 등 전지 부문의 매출은 1조727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8%에 이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덕을 봤다. LG화학의 2분기 전지 부문 매출은 1조494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SK이노베이션도 소재 사업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33.5%나 늘었다.
단순 출하량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파나소닉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전세계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이 근소한(227MWh) 차이로 중국 CATL을 제치고 1개월만에 1위를 탈환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6월부터 자국 기업에 지급해오던 보조금 선정 기준을 강화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오던 중국 전기 상용차 판매량이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34.8% 급감하면서 CATL 출하량 성장세가 일부 억제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톱(TOP)10 순위에서 밀려났다.
국내 배터리 3社 차별 기술력으로 대응
기술력과 수주 잔고 등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선도적 지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업계는 유럽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를 경계하고 있다. CATL은 최근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투자 협약을 맺는가 하면,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BMW와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위협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글로벌 주요 생산 거점을 선점하고 기술 진입 장벽을 높여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지난 5월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 공장을 가동하고 관련 시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LG화학은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들여 중국 난징에 배터리 제2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3월 헝가리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별화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전기차 드라이브를 고려할 때 현재의 삼국지 구도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