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한 골칫거리다. 사용후핵연료를 지하나 바다 속 깊이 묻어 처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고, 주민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저장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고 있지만, 원전이 가동되면서 포화될 수 밖에 없다. 가동하던 원전을 앞으로 폐쇄하더라도 24기 원전을 가동중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11년부터 작년까지 진행한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JFCS) 보고서를 승인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을 함께 연구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연구를 계속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이다. 찬성측에서는 민간 우주시대를 연 스페이스X사의 로켓 재활용과 같은 꿈의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연구비를 타기 위한 목적으로 한 허상’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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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10년 연구 결과..“사용후핵연료 줄일 획기적 기술”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소듐을 냉각재로 쓰는 고속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과 연계해서 쓰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원자력계에서는 이미 기반 기술도 갖췄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래 세대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을 지난 1997년부터 검증해 왔다. 작년까지 기술 검증에 7889억원을 투입해 파이로프로세싱 모든 공정에 대한 실용성, 핵무기로 쓰지 않겠다는 핵비확산성 안전조치 가능성을 확인했다.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한 원형로 공학설계와 안전성 검증도 마친 상태다. 여기에 한국, 미국 양국의 연구소, 정부 부처가 함께 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용화 직전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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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검증 안됐다” 일부 논란도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의 여러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있어서 파이로프로세싱 도입으로 얻게 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감소 효과가 불확실한 반면 방사성물질이 외부에 누출돼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구축과 고속로를 운영하는 데 최소 1기당 3조 6000억원이 들어갈 정도로 비용도 크다는 입장이다.
일본, 프랑스 등 전 세계 각국이 100조원 이상 투자했지만, 상용 고속로 개발에도 실패한 사례도 근거중 하나다. 고속로 연구개발이 쇠퇴기에 있는데도 다시 이를 연구하는 부분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자력계에서 추진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는 연구비를 타기 위한 연구에 불과하다”며 “파이로프로세싱은 결과적으로 핵무기 개발로 변질돼 핵확산, 핵테러 위험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회와 협의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적정성 검토위원회를 가동하고, 기술적 타당성 등을 검토해 연구개발을 계속 할지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