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나머지, 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3분기 M&A 거래 규모가 2조원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에도 분기별 M&A 규모가 2조원을 밑돈 적은 없었다. 역대급으로 움츠러든 ‘M&A 대공황’에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이 어찌 될 것이냐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금이 바닥이냐, 연말 반등이냐’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달러 인상 기조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적잖은 가운데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형 M&A 포문을 연 상황에서 반등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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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데일리가 하나증권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체결된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제외)은 1조92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4조2464억원 규모의 M&A 거래가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무려 87%나 급감한 수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분기(9조3173억원)와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거래 규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해 3분기 M&A 시장은 가늠과 관망 속에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파르게 오른 기준금리에다 물가마저 요동치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투자할 명분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대책 마련에만 3분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엄혹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상황이 속출하기도 했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M&A가 최종 무산된 임플란트 회사 디오(039840)와 메가스터디교육이 대표적이다. 올해를 수놓을 빅딜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카카오모빌리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도 사회적 이슈로 번진 끝에 매각이 결렬됐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 매각 절차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로, 업계에서 점치는 예상 매각가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총 40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지분율을 확보했으니, 사실상 절반 수준에 매각에 나선 셈이다. IMM PE는 14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하자 투자자들과의 논의 끝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때도 나오지 않던 사례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시장 관계자들도 통감하는 모습이다.
멈춰 선 자금 뇌관…연말 반등 두고 갑론을박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할 매물이 뭐가 있는지 계속 보고는 있다”면서도 “인수가 협의조자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나서 득이 될 게 없지 않은가. 괜히 오버했다가 고꾸라지면 책임질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을 낙수(落水) 삼아 투자 유치를 받아내야 하는 기업들도 본격적인 보릿고개에 접어들었다. 자금이 돌지 않으며 스타트업 투자 활기도 급격히 식어가는 모습이다. 수천억원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자랑하던 기업들이 매각을 검토하는가 하면 ‘대박’을 꿈꾸며 기존 직장을 박차고 나온 임직원 전원을 권고사직 처리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관심은 향후 시장 반등 여부에 쏠리고 있다. 투자금을 쏴주는 기관투자자를 시작으로 대기업 계열 전략적투자자와 PEF 운용사, VC(벤처캐피털)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이 멈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냐를 두고 분석이 한창이다.
염세적인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던지면 받아줄’ M&A 시장 순환 고리가 끊긴 상황에서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솟은 금리에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충당해야 하는 인수금융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지금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빅딜을 체결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시중에 나와 있는 조 단위 매물이 적당한 M&A를 이끌어낸다면 분위기가 오를 것이란 반론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살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이다”며 “한 두건의 사례만 터져준다면 연말 분위기가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