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부담스럽더라고요. 경호실에서 미리 와 체크하는 것도 그렇고, 주방에서 음식 만들 때도 감시받는 기분이고...일반 손님들을 같은 시간대에 받을 수 없으니 장사엔 손해지요. 대통령 다녀가셨다고 대놓고 떠들어댈 수도 없고요...”(한정식집 여주인 B씨)
10년은 족히 될 만한 시간 전에 직접 들은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기억은 선명하다. 이름 깨나 알려진 서울 유명 음식점의 주인들이 푸념하듯 털어놓은 경험담에는 최고의 권력과 부귀를 누리는 이들의 맛집 나들이에 대한 뜻밖의 속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공통점은 이름난 인사들의 식당 순례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화교인 A씨의 말은 한층 더 현실적이었다. “식당하는 사람에겐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한데 유명인이 떴다 하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지니 조용한 곳을 찾는 손님은 등을 돌릴 것 아닙니까” 다시 생각해 봐도 40년 넘게 식당을 꾸려온 프로다운 이의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식성과 맛집 방문을 둘러싼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다. 남자라면 대다수가 부러워할 만큼 요리 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니 음식과 관련한 화제도 다양하다. 김치찌개집과 허름한 국숫집에서 식사하고, 시장에서 순대를 샀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성북동의 한 빵집을 찾았다는 뉴스도 전파를 탔다. 식성도 서민적으로 소탈해 보이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아무것이나 잘 먹는 듯해 대단히 호감이 가고 부러울 정도다. 옛 어른들 말씀이 “음식 먹는 버릇에도 복이 달려 있다”더니 윤 대통령이야말로 그런 이야기에 딱 들어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는 재위 중 12번이나 화성원행을 다녀오고 경기도 지역의 능행은 66회에 달했다고 한다. 아버지에 대한 효행의 뜻도 있었겠지만 학계에서는 행차 도중 백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소 등을 허용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나랏님이 자신들 편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 이미지 정치의 목적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법치국가의 지도자는 246년 전 군주와 입장이 다르다. 국민이 민심을 전할 창구는 얼마든지 있고, 윤 대통령이 이미지 정치를 염두에 두고 맛집 나들이에 나설 리도 없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호,불호가 팽팽한 상황에서 민심의 저울추는 가짜 뉴스 한 조각에도 엉뚱한 방향으로 기울며 추진 동력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