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가드레일’에 첨단 투자 막힐라…삼성·SK ‘예의주시’

2월 내로 반도체 지원법 세부지침 발표
예외조항 ‘성숙공정’ 제한이 관건일 듯
美 지원 필요한 K-반도체 딜레마 커져
적극적 대미 전략…동맹국 협력설도 솔솔
  • 등록 2023-02-18 오전 6:00:00

    수정 2023-02-1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미국 정부가 곧 반도체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이하 반도체법) 내 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관련 세부 조항을 발표한다.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숨죽이며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칩과 과학 법(CHIPS and Science Act)’ 서명행사 (사진=AFP)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르면 이달 내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 지원 조건,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등 세부 지침을 내놓는다. 작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과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등에 총 520억달러(약 67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은 25%의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에는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미국 내 투자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미국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국가’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는 조치가 이뤄진다. 신규 시설은 물론 기존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도 사실상 금지다.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의 성숙(레거시) 공정에 한해서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예외 규정도 있지만, 메모리, 시스템 등 반도체 특성과 종류, 인정 기준 등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그간 높은 반도체 수요를 보인 중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해 왔다. 삼성전자(005930)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우시 지역에서 10나노 후반급 D램을 생산 중으로 알려졌으며 다롄에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 생산 기지가 위치해 있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마이크론 등도 중국에 각각 생산·후공정 시설을 두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제한이 생긴다면 국내외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내 시설을 메모리 생산 주요 기지로 활용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미국이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아 생산 거점을 확충해야 하지만, 이를 받으려면 중국 내 메모리 생산 기지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150억달러(약 19조4800억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R&D센터 등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삼성·SK가 타국 기업에 비해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은 조항을 빗겨난 28㎚ 이하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난징 공장에 29억달러(약 3조7600억원)가량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최근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대미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운턴(하향 국면)에서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해 다른 동맹국과 팹(공장)을 같이 건설한다든지 이런 옵션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로비 자금을 대거 투입하며 대미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며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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