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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요인 33.8원인데…3원 인상 요구도 거절
한전은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2분기(4~6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1분기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0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으로, 조정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범위로 제한돼 있다.
한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연료비가 584.78원/kg으로 기준연료비(338.87원/kg)보다 72.6% 상승해 kWh당 33.8원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이에 한전은 분기별 조정 상한 최대 폭인 kWh당 3원 인상안을 지난 16일 정부 측에 제출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고 `인상 유보` 의견을 받았다. 분기마다 정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이 산정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산업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한 뒤 다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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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에도 전기요금은 다음 달부터 오른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의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정부는 전력량요금을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kWh당 2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다음 달부터 kWh당 6.9원 인상된다.
kWh당 6.9원이 오르면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307kWh) 기준으로 전기요금 부담은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늘어난다. 현재 요금제에서 4인 가구의 월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한달 전기요금은 4만450원이다. 기본요금 1600원, 전력량요금 3만7230원, 기후환경요금 1620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다음 달부터는 같은 전기 사용량에도 전력량요금(3만8730원)과 기후환경요금(2240원)이 올라 전기요금 부담액은 4만2570원으로 늘어난다.
원전 가동률 높여 전기요금 억제? “쉽지 않을 것”
이번에도 연료비 인상분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한전 경영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는 5조2799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는 현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가 14조8045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에 한전은 채권을 찍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쓰고 있는데, 올해 발행한 회사채만 이미 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회사채 총 발행 규모(10조4300억원)에 육박한다.
임원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주는 충격을 우려해 연료비 조정액 상한을 둔 것인데, 전기요금의 점진적 인상조차도 정치적 파장을 지나치게 우려해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기도 가스처럼 미수금 개념을 두는 등 연료비 연동제 적용 유보에 따른 한전의 손실을 추후 정부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보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 가동률을 높여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한전 부담을 줄이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에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원전 가동률은 최대이며, 당장 더 가동률을 올릴 수 있는 원전이 없다”며 “내년부터 설계수명이 다하는 원전이 나오기 시작하지만, 수명 연장을 위한 공사에 3년 가량 소요되고 공사시간 동안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