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중 어업회담의 구체적 합의안이 곧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 수석 발언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화들짝 놀랐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과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 국장과의 세부 회담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질 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 수석이 너무 경솔하게 발언했다”며 “주무부처는 더 많은 걸 따내기 위해 문구 하나하나 조율해 가는 와중에 경제수석이 마치 다 끝난 것처럼 언론에 퍼뜨리는 바람에 난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가 겪은 돌발상황도 ‘컨트롤타워’ 부재로 빚어진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내 경제현안을 조율해줄 ‘컨트롤타워’가 실종됐다. 5년 만에 경제부총리 직을 부활시키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났지만, 정작 그 자리를 맡은 현오석 부총리는 경제현안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 부처 간의 불협화음을 없애기는 커녕,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부처간 이견대립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정부부처 뿐 아니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경제부총리 무용론까지 제기될 조짐이다.
현 부총리는 앞서 김중수 한은 총재와도 경기부양을 두고 계속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리더십과 정책 공조에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현 부총리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정부정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현 부총리가 “정책은 재정, 금융, 부동산 등 정책 패키지가 중요하다”며 금리 공조의 중요성을 설파하면, 김 총재는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최근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는 경제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면서 컨트롤타워 자질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 부총리는 이날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규모나 증가 속도, 금융시스템으로 볼 때 위기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한 탓이다.
이 같은 현 부총리의 안이한 경제 인식과 리더십 부재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오작동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 부총리를 포함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중수 총재 등으로 구성된 박근혜정부의 ‘1기 경제팀’에 대한 점수를 통채로 갉아먹는 배경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심각한 경제상황을 인식하고 발빠른 대응을 해야 하는데, 별다른 움직임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팀이 경제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