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이달 3일부터 진행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정당계약이 17일 마감됐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규제 완화를 발표한 상황에 진행했기 때문에 계약률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둔촌주공 조합은 의무가 아니라며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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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일반분양 평균 계약률은 약 70%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84㎡는 계약률이 높았지만 전용면적 39㎡, 49㎡ 등 소형 아파트 계약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모집 정원의 5배수인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가더라도 상당수가 무순위 청약(줍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당계약 마감 이후 재건축조합과 시공단은 “계약률은 고지의 의무가 없다”며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3월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시점에 계약률을 밝히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민간 아파트 사업장은 분양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정당계약 기간에 나온 계약률을 비롯해 예비당첨자 계약이나 무순위청약 계약률 모두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않다.
일각에서는 수분양자에게 계약률이 현재 분양시장을 판단하고 주택을 분양받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여서 정보 비대칭성이 심하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깜깜이 분양’으로 수분양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계약·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고의로 미분양 물량을 누락하거나 임의분양으로 돌려 수분양자의 피해를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 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재건축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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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앞으로 정보 미공개에 따른 폐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이달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비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무순위청약 방식이 바뀔 수 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청약홈에서 진행할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건설사 자체 사이트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 정보부터 신청, 결과까지 투명하게 공개했던 것과 달리, 계약률, 잔여 가구 수 등을 공개할 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
청약일정을 미리 알 수 있었던 청약홈 방식과 달리 사업주체가 자체 진행하면 당일 공고, 접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홍보관에 연락처를 남겨 놓거나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지 않으면 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정확한 일정이나 정보를 받을 수 없고 아파트 분양 관계자 설명에만 의존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민간아파트 계약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조합이나 건설사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알 방법은 없다”며 “현 시장 상황에서는 정보를 얻을 능력치가 다를 수 있어 수요자가 관심 있는 단지를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정보를 선택해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둔촌주공처럼 워낙 관심이 많은 단지는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보 획득에 더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