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사회는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 롯데문화재단 ‘2025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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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7)가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 취임 인터뷰에서 밝힌 음악 철학이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콘서트홀이 2020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 카바코스는 내년부터 이 축제의 프로그래밍을 책임지는 예술감독을 맡는다.
카바코스가 ‘클래식 레볼루션’의 키워드로 ‘소통·공유·이해·공동체’를 꼽았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고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선 연주자들이 서로 모두를 위해 연주해야 하는 것처럼 사회 또한 구성원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이러한 생각이 앞으로 이어질 ‘클래식 레볼루션’의 기본 콘셉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클래식 시장에서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즌에 특정 작곡가를 주제로 깊이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포펜, 클라리네티스트 겸 지휘자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코른골트,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 세계를 조명했다.
| ‘2024 클래식 레볼루션’ KBS교향악단 공연 바이올린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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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카바코스가 새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한층 더 깊이 있는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주제도 이미 정했다. ‘스펙트럼 :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SPETRUM : Bach to Shostakovich)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1685~1750), 그리고 20세기 소련을 대표하는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그 주인공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작곡가를 함께 조명하는 흔치 않은 시도다. 카바코스가 ‘공존’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나누기 위해 정한 주제다. 카바코스는 “바흐는 종교음악과 세속음악 모든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음악을 만들었고, 쇼스타코비치는 인간의 고뇌를 대변하는 음악을 썼다”며 “이들의 음악을 함께 들을 때 관객은 지금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래식을 하나의 커다란 나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나무에서 한 사람의 작곡가만 뺀다고 해도 그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2명의 작곡가를 통해 우리는 ‘공존’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공존을 통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음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롯데문화재단 ‘2025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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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코스는 독보적인 테크닉과 관객을 사로잡는 예술성, 뛰어난 음악성과 응집력 있는 연주로 찬사를 받아온 바이올리니스트다.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뉴욕 필하모닉, 휴스턴 심포니,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악단과 작업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매년 고향에서 바이올린과 실내악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을 많은 이와 함께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내년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도 카바코스는 마스터 클래스, 오픈 리허설 등을 통해 관객과 긴밀하게 소통할 계획이다. 카바코스는 “예술감독으로서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객이 음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함께 들어보는 것”이라며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와 음악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