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강(强)달러 프리미엄을 기회 삼아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토종 운용사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연말을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7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자본시장에서 이뤄진 빅딜로는 지난 9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2조원)과 10월 네이버(035420)의 포쉬마켓(2조3000억원) 인수가 대표적이다. 같은 달 말에는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약 3조원에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기간은 상반기로 넓히면 연초 한국 미니스톱을 3134억원에 인수한 롯데그룹과 2월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형태로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기업인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한 SK에코플랜트, 반도체 테스트 업체인 테스(095610)나를 4600억원에 인수한 두산그룹 등이 시장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올해 대형 M&A를 이끈 주체가 대기업 계열 SI들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재무적투자자(FI)인 국내 PEF 운용사들의 이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토종 PEF 운용사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가파르게 오른 금리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는 보유 자금으로 M&A에 나서는 SI와 달리 아닌 빌린 돈으로 M&A에 나서야 하는 PEF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PEF 운용사들은 ‘쩐주’격인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돈으로 투자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금리가 뛰자 인수금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상승이 전체 펀드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주식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주가가 뚝 떨어진 상장사 인수에 나섰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굳이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강달러 타고 투자 넓히는 글로벌 PEF
같은 기간 뭉칫돈을 쉽게 내어주던 기관투자자들도 자금 단속에 나섰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수 있을 운용사나 투자처로 자금 집행 범위를 확 줄이면서 시장에 돌던 유동성이 말라 버렸다. 시장에서 손꼽히는 일부 PEF 운용사를 제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펀딩(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새 주인을 찾은 클래시스(6700억원)와 PI첨단소재(178920)(1조3000억원), EMK(7700억원) 등의 매물이 이들 지역 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GS와 함께 메디트를 인수한 미국계 PEF 운용사 칼라일도 90% 가까운 자금을 대기로 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웨덴계 PEF 운용사까지 국내 투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EQT)는 SK쉴더스 2대 주주인 PEF 운용사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맥쿼리PE)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36.87%를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약 2조원 안팎의 자금을 SK쉴더스 지분 인수에 투입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QT의 국내 투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아시아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PEF 운용사인 베어링PEA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투자 확대 신호탄을 쐈다. 베어링PEA는 국내에서 한라시멘트,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PI첨단소재 등을 인수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토종 PEF 운용사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글로벌 운용사들의 투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투자에 유리한 게 사실이다”며 “뚜렷한 반등 이벤트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글로벌 PEF 운용사가 주도하는 그림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