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여기에 희소금속 추출을 위한 전기·전자 폐기물(E-waste)과 폐배터리까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최근 가장 ‘핫(hot)’한 시장이 됐다.
‘순환경제’라는 친환경 키워드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육성정책의 대상으로도 칭송받고 있다. 이렇게 자본과 정책지원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폐기물 산업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꼼꼼히 뜯어보고 나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된다.
위의 화려한 수식어는 폐기물을 처리·매립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의 몫이다. 매립·소각 시설 인허가의 희소성과 폐기물 발생량 증가가 견인한 폐기물 처리 산업 성장은 2010년 JP모간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이 뛰어들면서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을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서는 이렇다할 국내 M&A 사례를 찾기 힘들다.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 인수나 전략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주를 이룬다.
이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산업이 오염 처리 중심으로 커 왔단 뜻이다. 자원 이용의 효율화와 오염 예방 중심의 ‘자원순환’ 관점의 법 체계가 도입된 2000년대 초 이후로도 ‘경로의존성’의 특성을 보여왔다.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나 구조 등에 익숙해지면서 관성 탓에 경로가 비효율적이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말이다.
특히 2010년 이후 환경법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는다. 2013년 이후 매년 1~2개씩 새로운 환경법이 생겨났다. 법률 전문가들도 따라가지 벅찰 만큼 우후죽순 법이 늘어났다. 2013년 5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같은해 6월 ‘화학물질관리법률’, 2014년 12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2015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2016년 5월 ‘자원순환기본법’, 2017년 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2018년 3월 ‘화학제품안전법’,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 2019년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2021년 9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이다.
환경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을 못하겠다고 할 법하다. 이렇게 환경규제가 기업경영을 방해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환경규제를 해결할 환경산업은 커졌어야 했다.
환경산업은 인위적인 시장이다. 환경보전을 위한 규제와 정책이 수요를 만든다. 선진국형 환경산업의 성장 방정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산업은 개도국-후발주자형 육성정책 중심이다. 정부주도 R&D 사업은 수요 부족으로 업종의 고도화로 연계되지 못한단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 우리나라 폐자원 열에너지화 기술은 4~5년 가량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한 오염처리라는 낡은 정책 틀에 머물렀다. 규제가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지속가능성장과 순환경제로 대표되는 환경정책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도 환경부는 ‘그래도 폐기물이다’를 여전히 반복했다.
국내 자원순환 분야는 오염물의 안전한 처리가 주목적인 1986년 제정된 ‘폐기물 관리법’에 근간을 둬 성장해왔다. 이는 재활용과 자원순환이 주목적이 아니다.
폐기물은 수집·운반·처리·신고·재활용 등에서 법에 정해진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법에 정해진 57개의 재활용 용도와 방법에 부합해야했다. 그 외엔 모두 폐기물이다. ‘같은 업체의 A공장에서 B공장으로 공정 중 반출 및 이동이 발생하면 폐기물’, ‘처리 공정을 거친 후 생산공정에 재투입하는 경우도 폐기물’ 이런 식이다. 공정 후 부산물을 재활용하기보다 신규 원료를 사용하는 편이 수월한 것이다. 사업자가 새로운 재활용 기술을 적용하려면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려야 허용됐다.
유럽 등 서구를 중심으로 순환경제 기본계획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5년 우리나라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재활용 원칙과 취급기준 등을 준수하면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하위법령에서 포지티브 방식 규제로 바뀐다.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된 법률은 시행규칙 별표를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 유형별 세부분류’ 등으로 구체화되는 식이다.
정책현장의 보수성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재활용환경성평가를 받는 데도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1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재활용환경성평가와 순환자원인정제도를 모두 통과하고 나면 수 년이 훌쩍 시간이 지난다. 순환자원도 결국 폐기물이여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인정을 받아야한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은 “순환자원 일괄고시 및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지난해 말 통과된 순환경제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같은 우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며 “네거티브방식 규제로 폐기물 관리 정책이 전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향 평준화된 나열식·포지티브식 규제부터 고쳐야한단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금지하는 것 외에는 모든 종류의 경제활용을 허용해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유도하는 규제방식이다.
순환경제 촉진법은 기존 자원순환법을 전면개정한 법으로 하위법령 정비 등을 거쳐 2024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주요 골자는 기존엔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업자가 신청을 통해 개별적으로 받아야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먼저 고시를 통해 인정을 해주겠단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순환자원 인정 품목인 폐지나 고철이 먼저 고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