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재생 플라스틱 10% 쓰는데…국내 기업은 얼마나?[플라스틱 넷제로]

순환경제 원년…한국시장 진단(중)
국내 플라스틱 사용 브레이크가 없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 글로벌 VS 국내 기업 비교해보니
  • 등록 2023-02-19 오전 9:00:00

    수정 2023-02-19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폐기물 체계가 순환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재편 시동을 걸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지목하고 있는 걸림돌은 여전하다. 여전히 폐기물이 자원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다. 국내 폐기물 산업의 후진성과 규제라는 덫이 함께 작동하면서 폐기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순환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글로벌 교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약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새 폐플라스틱 65% ↑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전국폐기물발생및처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164만t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2016년(703만t)과 비교하면 6년 동안 65.6%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도 플라스틱 폐기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호주의 비영리 민간단체 민더루 재단이 최근 내놓은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 지수’ 보고서에서 2021년 전 세계에서 1억3900만t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는 2019년보다 600만t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 2년간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 세계 인구 1명당 1㎏ 가까이 더 늘어난 것과 같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포장 거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생산량 역시 2021년 전 세계적으로 늘었다. 이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 최대 순환경제 비영리단체인 엘런 맥아더 재단의 ‘글로벌 커미트먼트(Global Commitment)’에 서명한 기업들로 한정해도 마찬가지였다. 서명인(Signatories)들의 2021년 기준 총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코카콜라, 펩시 등 주요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이 이니셔티브에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20%를 커버한다.

다만 글로벌 소비재 기업 가운데 소비자가 사용한 이후에 발생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투입한 재활용 플라스틱(PCR·post-consumer recycled) 포장재의 비중을 보면 최근 3년사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기준 PCR 플라스틱이 전체 사용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10%로 전년(8.3%) 대비 1.7%포인트 증가했으며, 2018년(4.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활용 소재의 발전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 가팔랐다. 천연자원 기반 플라스틱은 결국 전년 대비 2.5% 증가해 다시 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90%의 원료는 천연자원을 사용한 플라스틱이다.

▲재생플라스틱 사용 비중 연도별 추이/출처: 엘런 맥아더 재단
재생 플라스틱 포장재, 글로벌 기업은 10%…국내 기업은 0.001%↓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다방면에 활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 이같은 흐름이 미미하다. 특히 소비자 사용 이후 재활용 소재인 PCR 기반 플라스틱을 활용한 사례는 여전히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포장재에 적용한 사례는 공정중 부산물(PIR·Post Industrial Recycled)을 활용한 사례에 국한된다. 롯데칠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해 중 PCR 기반 r페트를 적용한 포장재를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플라스틱 출고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곳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기준 상위 30개사 가운데 롯데칠성, CJ제일제당, 애경산업 3곳 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들 3개 기업도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속가능보고서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국내 출고량 3위인 CJ제일제당은 3만4804t 가운데 60만t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27위의 애경산업은 9533t 가운데 83t(2022년 기준)을 재활용 소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칠성은 2021년 기준 5만4381만t을 배출했다. 이는 라벨제거와 경량화 등의 감량 조치에도 불구하고 음료 판매량이 늘면서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다만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칠성 측은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판매량 증가에 따라 출고량이 늘어난 것으로,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은 올해 정식으로 도입 검토중인 만큼 올해부터 rPET 생산 및 적용 수량에 대한 정보와 비중에 대한 수치가 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가능보고서의 재활용 관련 지표 확대는 검토 중에 있으며, 국제 이니셔티브 참여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생 플라스틱, 신재 대비 3배 이상 온실가스 적게 배출

재생 플라스틱 포장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 가스 측면에서 신재로 동일 제품을 제조하는 것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3배 이상 효율적이다. 이론적으로 재활용율을 높이면 신재를 대체하면서 원료 채취량이 준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재 플라스틱 생산 공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재활용 공정 대비 3.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격차는 플라스틱 생산 공정 및 재활용 공정의 효율성이 향상됨에 따라 2050년까지 48배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4년 기준 미국에서 재활용된 317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미환경청(USEPA)은 320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절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1년 동안 도로에서 67만대의 자동차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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