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악재에 새해벽두부터 환율 ‘1500원 분수령’

작년 환율 종가 1472.3원, IMF 이후 ‘최악’
탄핵發 정국 불안에 1월 트럼프 취임까지
KDI “환율 1500원 가능성…외환위기 경고”
정치 불안 장기화 시, 해외 자금 이탈 고착화
  • 등록 2025-01-02 오전 5:27:29

    수정 2025-01-02 오전 6:49:59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새해에도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추가 상승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서다. 원화 약세를 탈피할 방안은 전무한 상황에서 다음 레벨은 1500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녹록치 않은 대내외 상황

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 종가는 1472.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1997년 1630.0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내년에도 대내외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은 묘연하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새해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차례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국내 정치권 불확실성은 가중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 임명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고 차기 대통령이 나오기까지 장기전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취임한다. 당초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공백으로 인해 차기 미국 정부 정책 대응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올해 관세·이민·감세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정체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이 트럼프의 고율 관세부과와 내수 부진이 심화해 위안화마저 약세를 나타낸다면 환율은 더욱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올해 환율도 ‘고공행진’ 불가피

새해에도 외환시장의 먹구름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1월부터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책연구기관마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인영,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매도가 외환위기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은 내년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의 환율 전망치는 내년 1분기 1435원, 2분기 1440원, 3분기 1445원으로 나타났다. 일본 노무라는 내년 3분기 환율이 1500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올해 환율이 △1분기 1430원 △2분기 1410원 △3분기 1380원 △4분기 1360원 등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환율의 경로는 ‘상고하저’의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미국 예외주의 지속,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시점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해외로 이탈한 자금 흐름이 굳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늦지 않게 해외투 자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복원력을 보여주는것이 중요하다”며 “테슬라 등 해외주식으로 넘어간 국내 자금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자금이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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