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뺨은 때리지 말자[생생확대경]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해…새해도 설렘보다 걱정이 커
이미 힘들었던 경제 상황에 정치·사회 충격까지
정부·정치권이 나서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믿음줘야
  • 등록 2025-01-02 오전 5:28:49

    수정 2025-01-02 오전 5:28:4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연말 같지 않은 연말을 지나 새해 같지 않은 새해를 맞았다.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새로 오는 것을 기대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끝자락 우리를 충격과 분노에 몰아넣었던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도, 슬픔과 허망함을 안겨줬던 무안공항 대참사도 어느 것 하나 마무리되지 않은 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해가 2025년이 아니라 2024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신년 벽두부터 우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때론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덮어놓고 ‘새해니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갖자’고 하기엔 현재 우리의 상황이 총체적인 난국이다.

정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에 혈안이 돼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위에서 내리누르려는 미국 신 행정부 사이에 끼어 있는 경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와중에 의료 대란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참사까지 발생한 사회의 면면은 또 어떤가.

가뜩이나 내수도 어려운데 경제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도 위험하단 전망에, 비상계엄이 ‘통치 행위’라는 대통령의 비상식에, 한순간에 179명의 목숨이 스러져간 참사 앞에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처 입고 지쳐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불안하고 화가 나지만 자신 앞에 놓인 일을 묵묵히 해내고 오늘보단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해외에서 더 걱정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한국의 경제와 사회가 별 탈 없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 그 증명이다.

간신히 참아가며 혹은 울면서도 오늘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믿음이 아닐까 싶다. 의사 결정권자들이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 이미 벌어진 비극을 돌이킬 수 없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믿음, 당장은 경제가 어렵지만 혁신을 지원하고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무릅쓰고라고 다시 한번 도약할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년사에서 “국민 그리고 기업인도 정부를 믿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매진해 달라”는 당부보다, “국가가 국민 곁에 있다고 국민들이 실감하실 수 있도록”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경제학 용어 중에 ‘상흔효과’(scarri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 발생한 충격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고 미래에도 지속적, 영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024년이 우리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우는 아이는 뺨을 때릴 것이 아니라 달래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나서 믿음을 줘야 할 때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025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늘 위로 새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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