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부추기고, 성급한 권고 가능성…형벌 만능주의 부작용 우려

공정위, 삼성 웰스토리 제재 후폭풍
공정위 고발해도 추가 고발 압박 거세
소송 다툼 남았지만, 이미 삼성은 위법
  • 등록 2021-07-21 오전 5:30:01

    수정 2021-07-21 오전 5:30:01

[이데일리 김상윤 배진솔 기자] “법인 잘못에 대해 몇몇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하기보단, 법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그런 방향으로 법 개선이 필요하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간 대기업 총수에 강한 칼을 휘둘렀던 그였지만, 속내는 ‘개인에 대한 제재 방식은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불법·탈법의 경계가 애매한 경제 사안의 경우 개인에 형벌을 매기는 방식은 시대착오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외와 달리 유독 국내에선 총수 등 개인에 대한 ‘형벌 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의 주식 신고 누락 사건에도 총수가 고발당하는가 하면,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쳐도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 식이다. 기업의 최고 책임자에 형벌을 부과해야만 모든 게 해결되고 속이 후련해진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의결서도 안 나왔는데… 고발 부추기는 시민단체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제재 사태는 대표적인 예다. 직원들 복지 차원과 계열사 밀어주기 의도가 애매하게 얽힌 사안이다. 삼성은 복지향상 차원에서 웰스토리에 일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급식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중소 급식업체의 성장을 저해했다고 봤다. 더 나아가 공정위는 애초 이번 행위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관련한 문건인 ‘프로젝트 G(Governance)’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공정위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만 개인 고발한 것은 법인을 대신해 처벌을 받으란 의도로 보인다. 공정위 보도자료에는 최윤호 미래전략실 전략1팀 전무를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당시 에버랜드 전략사장)도 언급됐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고의적으로 부당하게 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하라는 지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최 전 실장도 ‘복지 차원에서 급식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증거는 찾았지만 부당하게 웰스토리를 지원하라고 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미전실 차원에서 이뤄진 지원 행위이다 보니 법인을 대신해 최 전 실장을 고발했던 것이다.

위원 9명이 치열하게 논쟁 후 결론을 내린 사항이지만,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검찰이 일부 임원 및 법인에 대해 의무고발요청을 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1심 기능을 하는 공정위 결론과 무관하게 기업인들이 추가적인 형사 수사를 받게 될 리스크가 생긴 셈이다.

의무고발요청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중기부와 검찰이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가 무조건 고발을 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입됐지만, 이는 경쟁법 전문기관인 공정위의 독립적 결정을 훼손할 수 있는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중기부는 의무고발 요청한 80% 이상이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에 의무고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하나, 구속이나 법원 다툼 없이 1억원 안팎의 벌금만 내는 ‘약식기소’로 끝난 사안이 대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해 이길 수 있는 사안이지만, 2~3년 소송을 가기보다 벌금을 내는 게 차라리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에 약식기소를 수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더구나 웰스토리 부당지원 제재와 관련한 의결서(판결문)는 9월초나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판결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단체에서는 공정위가 먼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만으로 총수일가 및 임원에 대한 추가 고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애초 사무처(검찰격)에서 제시한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와 최종 위원회(법원 격) 결론이 달라 의결서 작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쟁법 교수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문기관이고 위원 9명이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 결정이 충분치 않다고 의무고발이 계속 이뤄진다면 공정위도 무리한 고발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며 “특히나 개인고발은 법인고발에 비해 신중해야 하는데도 남발되는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형 위원장이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7개 협약사 최고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도 강도 높은 권고 내놓을 듯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20일 정기회의를 열고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공정위 의결서가 나오는 대로 강한 권고사항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6월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6월 삼성웰스토리 단체 급식계약과 관련해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미 한차례 권고한 바 있다.

준법감시위의 움직임이 성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수의계약보다는 경쟁입찰 방식이 공정거래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미이지만, 급식문제와 관련해 향후 소송 다툼 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준법감시위가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웰스토리 부당지원 건은 앞으로 검찰 기소뿐만 아니라 행정소송도 남아 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관련 깊숙이 관여한 인사는 “웰스토리건은 직원 복지도 연결돼 있어 그 어느 사안보다 복잡했던 사안이고, 계열사 이사회에서 외부 개방 등을 일일이 결정하라고 준법감시위원회가 압박하기보다는 총수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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