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제임스 테일러, 캐럴 킹, 캣 스티븐스, 폴 사이먼, 짐 크로치, 돈 맥클린 그리고 비틀스의 네 솔로들이 군웅할거하면서 싱어송라이터는 일상적 패턴이 되었다. 이들은 마치 한 사람이 하나의 장르인양 제각기 고유의 개성을 발현하며 그들만의 팬덤을 구축했다. 그때부터 음악가라면 의당 자작곡을 불러야 했다.
한국 음악계도 다르지 않았다. 1970년대를 맞이하면서 어떤 가수가 스스로 쓴 곡이 아니거나 번안곡과 기존 곡을 ‘커버’해 명성을 얻으면 사실상의 인정을 획득하지 못했다. 창작곡을 써내야 자작곡이 전무하다시피 한 이전 시대와 선을 그을 수 있었다. 1960년대 음악계 풍토를 밴드 키보이스의 윤항기는 이렇게 묘사했다. “전문작곡가들이 지배하던 그 시절 우리가 작곡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가수가 곡을 쓰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닌 시대였다.”
이 때문에 싱어송라이터들이 득세하면 음악이 전성기를 맞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987년 유재하의 단 한 장의 앨범과 더불어 우후죽순 등장한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8090세대 음악시장이 몸집을 불렸다는 것이 그 증명이다. 바로 그들만이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 차별성, 자기 혼자만이 속한 종(種)의 존재라는 것이 갖는 힘일 것이다.
국내 싱어송라이터들도 굵직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중현, 송창식, 들국화 등 역사적 유수의 음악가가 회원인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가 있다. 협회가 주최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라이브콘서트가 올해 11월에 홍대에서 개최된다. 이번이 3회째라는 것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꿈틀거림이 집단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인 K팝과 기성세대를 장악한 뉴 트로트 미디어 공습에 의해 싱어송라이터 흐름은 솔직히 위축과 부진을 벗지 못했다. 지금 국내 음악계는 개성 만발의 백가쟁명식 활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팬들이 대거 음원과 공연시장에 참여하는 열기 또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좀 더 많이 보여야 하고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 그들의 분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