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 김은정(34)씨는 5년 전부터 뮤지컬을 홀로 보고 있다.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보려고 해도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장당 10만 원이 넘는 티켓 가격 때문에 공연 관람을 권하기도 힘들다. 김 씨는 “처음에는 혼자 공연장을 가는 게 어색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공연의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 이지은(75)씨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일이다. 당일 할인 티켓이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즘도 1주일에 5~7번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클래식 공연을 빠트리지 않고 챙겨본다. 이 씨는 “다른 사람과 시간을 안 맞춰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혼자 공연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혼자 공연을 보는 관객, 이른바 ‘혼공족’은 이제 공연계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됐다. 공연을 보는 것이 거창한 ‘문화생활’이 아닌 취미처럼 편안하게 즐기는 일상이 됐다.
장르별로도 ‘혼공족’의 증가세는 뚜렷했다. 뮤지컬 1인 티켓 구매 비율은 2015년 37%에서 2016년 39%, 2017년 41%로 늘어났고 연극도 2015년 41%에서 2016년 42%, 2017년 44%를 기록했다. 클래식·오페라도 2015년 38%에서 2016년 39%, 2017년 42%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무용·전통예술도 2015년 31%, 2016년 33%, 2017년 35%로 ‘혼공족’이 늘어났다.
롯데콘서트홀의 경우 2018년 상반기 기준 낮 공연 유료 관객의 30%가 1인 예매자였다. 저녁 공연도 오케스트라는 25%, 콘서트나 오페라는 21%가 1인 예매자였다. 롯데콘서트홀의 이미란 홍보책임은 “클래식은 하루만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 관객 혼자 예매하고 왔지만 공연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혼공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혼밥’ ‘혼술’ 등 ‘나홀로’ 문화가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호 인터파크ENT 마케팅팀장은 “티켓 1매 구매자가 꼭 ‘혼공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혼자 밥 먹고 혼자 문화생활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한다는 ‘나 혼자 산다’ 형 싱글 트렌드가 도래하면서 ‘혼공족’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연을 어떤 방해도 없이 오롯이 즐기고 싶은 마음도 ‘혼공족’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뮤지컬 홍보를 맡고 있는 쇼온컴퍼니의 고윤희 팀장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같이 공연을 보러 왔다 공연의 매력에 빠져 ‘혼공족’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혼자 공연을 보면 인터미션 때나 공연이 끝난 뒤 작품의 여운을 더 느낄 수 있고 주변 방해 없이 감상할 수 있어 좋다”며 “‘혼밥’ ‘혼술’ 등 개인적인 취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만큼 ‘혼공족’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