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 계엄·탄핵 등 악재로 내년에도 자영업자 부담이 줄어들지 미지수다.
| 23일 서울 종로구 음식점 밀집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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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담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4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작년 4분기 0.1%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 0.3% 다시 증가한 후 2·3분기 연속 0.4%씩 오르고 있다. 자영업 대출자 중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 역시 3분기 말 754조4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이었다.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3분기 말 기준 1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2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분기 1.5%에서 3분기 1.7%로 0.2%포인트 올랐다.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저축은행 11%, 상호금융 4.37%로 가장 높았고, 은행 0.61%·비은행 전체 4.74%, 보험 1.28%, 여신전문금융사(캐피털·카드사) 2.94%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이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자영업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 금리가 지금보다 0.25%포인트씩 2차례 내린 수준인 연 3.9%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4차례)보다 금리 인하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경우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사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전월 동기(28조7997억원)보다 6000억원 가량 줄었다. 특히 연말 송년회·회식 등이 줄면서 음식점과 유흥업소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해 자금 지원을 이어가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적극적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으로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